사교육비와 성적은 과연 비례하는 것일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노(No)’라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사교육비 지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은 서울이었지만, 이 지역 고교 1학년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9.3%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에서 부산에 이어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낮은 광주의 경우 같은 학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6%로 전국 최고 성적을 올렸다. 서울 강남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73만4,000원으로 광주의 3배 이상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인 셈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광주 지역 고교들은 학교간 경쟁이 치열해 자정이 다 된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기로 유명하다. 지역 명문고로 이름을 얻기 위해 70%에 달하는 사립학교들의 교육은 ‘스파르타식’ 입시 학원을 방불케 한다.
이런 경쟁 속에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 신생 공립고의 사례는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 상일여고다. 이 학교는 2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배정되길 꺼려하는 이른바 ‘기피학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해 교과부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후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이 180도 달라졌고, 결국 올해 ‘일’을 냈다.
비법은 ‘학생 맞춤형 그룹과외’와 ‘연중 문을 여는 개방 교실’프로그램 운영에 있었다.지난해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0.44%로 전국 평균(5.9%)은 물론 광주 지역 평균(2.6%)보다 월등히 좋은 성과를 냈다.
특징은 또 있다. 학교 교사들로부터 일종의 그룹 과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과 저녁 자율학습 시간을 활용해 주 2회 실시하는‘주중 멘토링 학습’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3~10명을 상대로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다. 수강료는 월 3만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멘토링 교사에게는 시간당 5만원이 지급되며, 이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정부가 지원한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주말 강좌도 개설했다. 영어와 수학 과목의 수준별 11개 강좌에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이 독서실 대신 이용할 수 있도록 ‘연중 개방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눈길이 간다. 정식 수업은 오후 6시 30분에 끝나지만 자율학습은 밤 11시 30분까지 이어진다. ‘무한도전’이라고 불리는 야간 자율학습에는 학부모들이 감독관으로 참여한다.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이 이어진다. 주말 자율학습 참여 여부는 자유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아 교사들도 순번을 정해 주말 근무를 하고 있다.
최윤길 광주시교육청 장학진흥과장은 “공교육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만이 사교육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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