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2008년 9월 이전 기소된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전자발찌법을 소급 적용하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처리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자발찌법의 소급 적용이 헌법에 규정된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서다.
헌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의 경우 행위 시점의 법률에 따르도록 돼 있다. 형법도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소급 적용을 허용하고 있어 전자발찌 부착을 형벌로 본다면 소급적용은 헌법에 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9일 "소급 적용 대상과 범위에 따라 위헌 및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되, 보완책으로 전자발찌 부착을 '보안처분'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안처분은 반사회적 위험성을 가진 사람을 격리 수용하는 예방적 처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형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보안처분 형식으로 이 법률의 소급 적용을 추진할 경우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3월 중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아동 성폭력 관련 법안들이 제때 처리됐다면 부산 여중생 피살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비판을 의식해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책위의장은 법무부와 당정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신속히 매듭지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성조 정책위원장은 "정조위원장들끼리 전자발찌 확대 착용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정은 10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안 원내대표는 "3월이 가기 전 별도의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날 "3월 국회에서 법사위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인 만큼 소급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자유권 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안처분이라 하더라도 위헌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아동 성폭력 문제의 사회적 심각성을 감안해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려 할 경우, 자칫 위헌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3월 국회 처리를 고집하지 말고 당정협의에 따른 개정안이 제출된 다음 면밀한 법률적 검토 과정을 거친 뒤 차근차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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