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성애자입니다. 이 고백은 오랫동안 꺼내기 힘든 말이었습니다."
동성애자 인권 보호 정책에 반대해 오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상원의원이 지역 라디오방송에 출연, 돌연 커밍아웃했다고 AP통신이 9일 보도했다. 로이 애쉬번(55ㆍ공화당)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8일 "지금까지는 자신의 사생활을 공적 생활과 연관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실수로 법을 어겼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 이유를 밝혔다.
애쉬번 의원은 지난주 주의회의사당 근처 도로에서 교통법 위반으로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콜농도가 0.14를 기록해 단속 기준인 0.06을 초과했다. 또 그가 그날 밤 한 남성과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다음 날 나오면서 사건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애쉬번 의원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난 후에는 어떤 공직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커밍아웃 이후 평소와 다름없이 의회에 출석한 애쉬번 의원을 동료 의원들은 따뜻하게 격려했다.
애쉬번 의원은 14년간 의원직에 있으면서 동성애자 차별반대법 확대나 다른 주에서의 동성결혼 인정법안 등에 줄곧 반대표를 던졌다.
동성애 인권단체들은 커밍아웃을 계기로 애쉬번 의원이 동성애자 인권보호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애쉬번 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은 지역구민들의 의사에 따른 것일 뿐, 개인적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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