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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3 체육시간부터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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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3 체육시간부터 살려라

입력
2010.03.1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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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사회엔 재미있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아이비리그 학부모'를 만나면 절대로 그 자녀의 학교생활을 묻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 중도에 낙오해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란다.

1960년대 초 단신으로 이민해 뉴욕에서 50년 가까이 살아온 현지 동포사회의 한 원로는 한인 아이비리거 낙오의 최대 원인을 '체력'에서 찾았다.

"양놈들, 딴 건 몰라도 체력 하나는 대단하지. 한 이삼 일 밤샘하며 리포트 쓰고도 샤워 한 번 하고 나면 툭 털고 또 (공부에)달라 붙거든. 우리 애들이 머리가 좋아도 힘이 없어서 처지는 거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교육개혁대책회의를 통해 교육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을 때 맨 먼저 이 얘기가 떠올랐다. '떡 본 김에 굿한다'고 차제에 실종된 학교 체육시간의 정상화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사실 성장기를 지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 게임으로 청소년들의 신체활동 시간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만연한 패스트푸드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위협해 온지 오래다. 청소년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시 학생들은 자동차 통학으로 최소한의 '걷기운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결과가 청소년 체력의 극심한 저하로 나타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출한 '2000~2008년 학생신체능력검사 결과보고'가 그 현주소다.

조사대상 기간 중 초중고 학생의 제자리 멀리뛰기 평균기록은 180㎝에서 174㎝로 악화했다. 또 팔굽혀펴기는 31.27회에서 30회로, 오래달리기는 7분32초에서 8분9초로 나빠졌다. 특히 고3 학생들의 체력저하가 두드러져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신체능력 1ㆍ2급을 받은 학생은 33%에서 28%로 급감한 반면, 최하위 등급인 4ㆍ5급을 받은 학생은 45%에서 49%로 급증했다.

이런데도 교육현장의 상황은 역주행하고 있다. 수없이 되풀이 돼온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3 학생의 체육시간은 여전히 자율학습시간으로 대체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각급 학교에 수업시수를 20%까지 증감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그나마 체육수업시수까지 줄어들게 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해 9월 '전국민 보건조례'에 서명했다. 중국의 각급 학교에 하루 1시간의 체육활동을 의무화하는 과감한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일주일에 통상 2시간 내외의 체육수업을 받아왔던 중국 학생들의 체육시간은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일본은 이에 앞서 학생들의 체력이 저하되자 1990년대 초부터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체력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중국과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차세대 주역인 청소년을 육성함에 있어 체력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국가 경쟁력 같은 얘기를 접어두더라도, 건강한 신체와 튼튼한 체력은 한 개인의 인생을 행복하게 일구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체육시간을 전용해 자율학습시간으로 쓰는 학교들 때문에 체육시간이 실종되고 있다면, 모든 학교에 체육시간 전용을 엄금토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자. 그래도 안 된다면 '학원파파라치'처럼 '체육시간파파라치'라도 동원해 고3 학생들의 체육시간을 보장하자.

장인철 생활과학부장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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