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느릿느릿 오시는데 우편배달부가 찾아왔다. 문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택배 상자를 내민다. 발신지가 전남 강진이다. 친구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직접 찾아온 듯 반갑게 받는데 묵직하다. 열어보니 우와! 꼬막 중의 꼬막 '참꼬막'이 가득 들어있다.
친구에게 배웠다. 꼬막에는 참꼬막, 피꼬막, 새꼬막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개흙, 뻘에서 캐는 참꼬막이 최고다. 친구는 고향 강진만에서 참꼬막 한 자루를 보내며 '개불'을 함께 넣어 보냈다. 그 친구, 최 교수가 바다의 맛을 구분하는 잣대는 오직 하나다. '그거 뻘에서 난거여!' 그 말이면 최상품이라는 판정이다.
참꼬막을 좋아하는지라 삶는 법은 남도를 오가며 진즉 배워놓았다. 물을 팔팔 끓여 불을 끄고 찬물을 한 바가지 부어 약간 식힌 뒤, 깨끗이 씻어놓은 참꼬막을 넣어 한 방향으로 저어 덖어주듯 삶으면 된다. 그 사이 개불 한 마리 꺼내 먹어본다. 들큼한 것이 한 입 가득 꽉 찬다.
개불의 이름이 개 불알에서 나왔다는 것도 친구에게서 배웠다. 참꼬막 한 바가지 삶아 까먹는다. 봄비 오시는 날 이런 횡재가 있나 싶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나에게 휴대폰 징크스가 있다. 벨이 한 번 울리면 연이여 울려 사람 정신을 빼놓는다. 그냥 전원을 꺼버리고 먹는 일에 집중한다. 그게 겨울 난다고 허해진 몸에 좋다며 친구가 보내준 우정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서.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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