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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고삐 풀렸는데… 뛰지 않는 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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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고삐 풀렸는데… 뛰지 않는 은마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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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추진 9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남구가 5일 정밀안전진단 용역결과를 검증한 끝에 조건부 재건축 결정을 받으며 사업 추진에 첫 단추를 뀄지만, 시장은 차분하다 못해 오히려 썰렁하기까지 하다. 정부나 서울시가 재건축 이야기만 꺼내도 수천만원이 들썩거리던 예전 모습도 없다. 한때 부동산 투기의 표적이자 강남 집값 견인의 기폭제였던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가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움직이지 않는 은마

2001년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시작되며 당시 2억원대에 머물렀던 은마는 서울시와 정부의 재건축 관련 대책이 거론될 때마다 가격 급등을 거듭하며 10억~12억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정작 재건축의 물꼬를 트고서는 시세 변화가 없다. 인근 강남 중층 재건축 단지는 물론 강남권 아파트 가격의 동반상승까지도 우려할 법했지만, 정작 주변 재건축 단지에선 '은마 호재'가 나타나기는커녕 일부 단지는 가격마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초 10억원 선이던 101㎡(31평)형은 조건부 재건축 허가 판정에도 불구하고 호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팔겠다는 문의만 늘었다고 주변 중개업소는 전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시세조사에서도 이번 주 송파구(-0.36%)와 강남구(-0.19%), 서초구(-0.13%) 등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도리어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0~58㎡가 1,500만~2,000만원가량 하락했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서초구 신반포 한신아파트 등도 1,000만~2,000만원씩 떨어졌다.

장담 못하는 수익

재건축 개시 사인이 떨어져도 이처럼 반응이 없는 것은 우선 앞으로의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형평형 의무건립, 임대주택 건립 등과 같은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규제를 적용 받는 데다, 미래가치가 이미 시세에 높게 반영된 것이 부담되는 탓이다. 안전진단 통과라는 호재보다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현재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가 법정 상한 용적률(300%)을 적용해 재건축을 한다고 가정할 때, 추진위측이 검토중인 일반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전용 60㎡ 이하를 전체 가구수의 20% 이상 짓도록 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지켜야 하므로 재건축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체 가구를 5,700가구까지 늘릴 수는 있지만 이 중 1,000가구 안팎은 임대 아파트로 분류, 건축비만 받고 서울시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은 몇 300여가구에 그치게 된다. 일반분양 수익은 조합의 수익이 되기 때문에, 분양 물량이 적을수록 조합원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예상되는 개발이익까지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가격에 투자목적으로 매입을 할 경우 완공 후 가격이 큰 폭으로 뛰지 않는 이상 은행 이자수익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간단치 않은 다음 과정

은마 재건축은 앞으로 서울시 심의와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 및 철거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별 문제가 없다고 가정해도 착공까지 약 2년~2년6개월 가량, 준공후 입주까지는 5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제 막 첫 단추를 꿴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가 얽힌 주민들끼리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합설립이 이뤄지기까지 이견이 조율되지 않고 법정 소송까지 남발될 경우에는 사업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2002년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ㆍGS건설 컨소시엄의 시공권도 문젯거리다. 이들 시공사는 당시 주민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어 이 단지의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일부 주민들이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사는 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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