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살해로 경찰에 붙잡힌 3명 중 1명은 10대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의 극단적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성교육과 10대 미혼모 양육시설 확충 등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 영아살해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46명 중 17명(37%)이 20세 이하였다. 이어 21~30세가 16명(35%), 31~40세 8명(17%), 41~50세 1명(2%) 등이었다.
형법 251조에 따르면 영아살해의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다. 전체 46명 가운데 구속은 14명(30%)이었고, 나머지 32명(70%)은 불구속 입건됐다. 출산 후 양육하기 어렵다거나, 성폭행 등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낳게 됐다는 등 정상참작 사유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10대들의 임신과 영아살해, 낙태를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회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성숙한 10대들에겐 이 같은 경험이 평생의 고통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 2004년 관련법률이 제정돼 10대 미혼모를 위해 학교에 수유실을 별도 마련하는 등 영아살해나 낙태를 막기 위해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임신ㆍ출산과 함께 학교를 등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양육비 등 10대 미혼모에 대한 재정지원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임신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돼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대응방법도 마땅치 않아 결국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며 "미성숙한 아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립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부장은 "양육비 보조, 의료복지혜택 확충 등 정책이 뒷받침돼야 10대 미혼모를 백안시하는 사회적 시선도 점차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노 동영상 등 불법 음란물과 성개방 풍조가 만연한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성교육도 문제다. 성정원 한국성교육연구소 소장은 "가정에서도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학교에서도 생식기 위주의 생물학적인 교육만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음란물, 스킨십 문제 등에서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며 "부적절한 행위의 결과와 책임문제 등 성교육도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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