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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극 '살맛납니다' 이민우, 첫 악역 호평… "욕 먹어도 살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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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극 '살맛납니다' 이민우, 첫 악역 호평… "욕 먹어도 살맛납니다"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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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독스러운 눈빛, 야비한 행동거지, 거침없이 내뱉는 독설. 드라마 속 그의 캐릭터는 대략 이렇다. 사법고시에 합격하자 뒷바라지하던 애인을 사정없이 내팽개친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드라마 속에선 그의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미소부터 파안대소까지 다양한 웃음을 선보였다. 약간 처진 눈꼬리가 웃을 때면 더 선해 보였다. MBC 일일연속극 '살맛납니다'의 악역 김기욱을 연기한 배우 이민우(34)다.

원래 '살맛납니다'에서 그의 역할은 특별출연이었다. "김대진 감독님과의 개인적 친분이 얽히고 설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그 자신도 제작진도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 '한명회' '용의 눈물' '무인시대' 등 사극을 통해 강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었지만, 현대극에서 전형적인 악역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 스스로 "애매모호하다"고 표현한 그의 기존 이미지도 마음이 쓰였다. "사람들이 무리수 아니냐고 걱정했어요. 저도 걱정 많이 했고요. 그런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하고 싶었어요." 이 드라마의 후반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김기욱은 이렇게 탄생했다. 악역,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기욱의 대사는 제가 인생에서 처음 입에 담아보는 말들이었어요. 낯설고 어색하고, 대사가 입에 붙질 않더라고요."

올해 서른네 살인 그는 30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네 살이던 1980년에 모델로 데뷔, 이듬해 MBC '조선왕조 오백년'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간 출연한 작품만 100편이 넘을 정도지만 그는 "'살맛납니다'를 통해 고통 받으며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연기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생각이 바뀔 정도로 많이 느꼈다"고 했다. "우리 드라마는 악역에도 동정의 여지를 남겨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왕 하기로 한 거 지독하게 나쁘다는 소리 듣고 싶었어요." 그는 이제는 "욕 많이 먹어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목표 달성했죠"라며 웃는다.

그는 2006년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KBS '열아홉 순정'을 택했다. 강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소속사의 설득에도 그는 부드럽고 자상한 역을 골랐다. "강한 역 맡았다가 못해서 욕 먹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배우라는 직업이 얼마나 무서운 직업인지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데, 나태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런 그가 바뀐 것이다. '살맛납니다'의 기욱이 충분히 욕을 먹어줬기 때문일까.

지금 그는 김수현씨가 집필하는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매니저는 "MBC에서 연장출연 제의도 했다"고 귀띔했다.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다. 이처럼 '잘 나가는' 비결이 뭘까. 그는 감독과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시청자들이 보시기엔 배우가 100%이겠지만, 보여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배우의 몫은 50%도 안 된다"며 "배우 혼자는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연산군이나 양녕대군 같이 평범하기보다 특이한 역할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간사하거나 변태 같거나. 그게 더 재미있어요."(웃음)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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