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에 대해 나진항을 10년간 추가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에게는 신규로 50년간의 나진항 사용권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화폐개혁의 실패 등으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대외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북한이 대외 경제협력의 축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간 사업에서 두만강 국경지역에서의 북중, 북러간 사업 쪽으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중인 리룽시(李龍熙ㆍ사진)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위원회 부서기는 8일 "중국 국무원이 확정한 동북 3성의 '창지투(長吉圖ㆍ창춘_지리_두만강지역)'개방 선도구의 발전계획과 맞물려 북한 나진항 사용권을 10년 확보한 데 이어 추가로 10년 연장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중국 랴오닝(遙寧)성 다롄(大連)의 창리(創立)그룹이 2008년 10월 나진항 1호부두 개발 및 전용권을 따낸 데 이어 사용권을 10년간 더 연장하기 위해 북측과 현재 협의중이라는 얘기이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은 2028년까지의 부두 사용권을 얻게 된다. 창리그룹은 이미 1호부두 개발 공사에 지금까지 2,700만 위안을 투자, 이르면 올 6월부터 나진항에서의 선적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 부서기는 이와 관련, "창리그룹이 1호부두에서 벌이고 있는 설비건설 작업이 끝나면 실제 물류 수송이 시작될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도 3호부두에 대한 50년간 사용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진항은 1~5호까지 5개 부두로 구성돼 있으며 1호보다 3호가 더 크다.
이 같은 북중, 북러간 움직임은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자국 대북인권단체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이달 나선(나진+선봉)시를 방문해 '6개월 후에 이곳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중국은 나진항 사용권 획득으로 그 동안 북한과 러시아에 막혀있던 동해진출이 가능해져 동북3성 지역의 석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식량을 상하이(上海) 등 국내 남방지역과 일본 등 태평양 지역으로 실어 나르는 동진(東進)정책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러시아도 나진항이 북중 간 국제물류기지로 개발되면 사할린과 시베리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를 나진항으로 보내 주변국에 판매할 수 있어 나진항은 중ㆍ러를 아우르는 동북아 물류ㆍ교역의 중심지로 부상할 태세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대외개방의 초점을 개성과 금강산 등 남측에 맞추다가 이제는 중국의 '창지투'개발에 호응해 나선과 신의주 등 두만ㆍ압록강 지역으로 옮기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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