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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들이 저리도 당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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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들이 저리도 당당한 이유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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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나 피디수첩을 너무 몰아 부칠 필요는 없다.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동의하지 않은 분도 계시겠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두 사건은 이 땅에 언론자유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쯤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가 주최한 라운드 테이블에서 필자가 주장한 말이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를 고민하며 4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였다. 참석자 대부분이 피디수첩을 비판하고, 법원의 무죄판결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컸다.

바탕은 민주화와 언론자유

중국이 한국 축구를 오랫동안 이기지 못해 공한증에 시달린다는 말이 있었다. 비록 최근 한국에 완승했지만 거대국가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 대한 상당한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 도요타 사태에서 보듯이 추락하는 일본 역시 한때 식민지였던 한국에 대해 서서히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밴쿠버 올림픽 소트트랙 5,000m 계주 시상식에서 원더걸스의 노래에 이어 시건방 춤 세레모니까지 터져 나왔다. 5명의 주자가 하나같이 웃고 떠들어 산만하기까지 하다. "아니 금메달도 못 딴 주제에 온갖 시건방을 다 떠네" 지켜보던 동료가 한마디 한다. 우린 정말 그랬다. 금메달을 못 따면 분함에 흐느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던 진리가 아니었던가.

나는 오늘 중국이 공한증을 느끼는 것도, 일본이 과거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이웃을 두려움으로 지켜보는 것도, 그리고 밴쿠버의 젊은 저들이 저리도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바탕이 G세대라고 주장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우리가 힘겹게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서 찾고 싶다. 김연아에 감격하고 엄청난 상찬을 안겨준 배경에는 경제성장에 이어 우리가 성취한 민주주의에 있지 않을까.

서구인들은 중국을 인정은 하지만 존경하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거대 중국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질지언정, 뒤로는 차가운 냉소를 퍼붓는 것이 세계인들의 한결같은 태도다.

몇 해전에 중국 관리들과 함께 술자리를 함께 했다. 마오타이가 서너 순배 돌자 불콰해진 얼굴로 그들이 내뱉는 말이 인상적이다. 인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많은 중국인들은 충격으로 지켜봤다는 것이었다. 공정한 기회와 경쟁이 작동하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부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는 인상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한류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것은 그네와 비슷한 독재를 겪은 한국이 짧은 시간에 구축해 놓은 성숙된 민주주의(full democracy) 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나는 파리의 '국경 없는 기자회' 관계자와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 비록 언론자유도 랭킹에서는 한국을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진정한 언론의 다원화(real news pluralism)가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아시아 국가(very few Asian countries) 라며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부도 진실을 경청해야

뉴욕 타임스나 '국경 없는 기자회'가 평가하듯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 화려한 IT 기술은 블로거 문화를 꽃피우며 일류국가로 견인하고 있고, 일부 비판 속에서도 사법부는 언론자유를 꿋꿋이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의 아들 딸들이 밴쿠버에서 저리도 당당한 것도, 우리가 중국과 일본이라는 초강대국 틈에서 어깨를 펼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땅에 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부도 이런 진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의 비판을 견디고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사랑하는 정권만이 궁극적으로 훌륭한 정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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