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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언어학계의 원로 강길운씨 "우리말 기원 찾기 쉴 수 없어요" 米壽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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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언어학계의 원로 강길운씨 "우리말 기원 찾기 쉴 수 없어요" 米壽의 열정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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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정년이란 없어요. 해야 할 공부, 하고 싶은 연구는 아직도 많고, 내 눈과 정신이 멀쩡하니 하는 데까지 해야죠."

6일 오후 찾아간 서울 도봉구 창동 강길운(88)씨의 3평 남짓한 방은 온갖 사전으로 채워져 있었다. 국어와 영어, 독일어, 일본어 사전에서부터 이란어(페르시아어), 몽골어, 터키어, 만주퉁구스어, 아이누어, 드라비다어, 길리약어…. 미수(88세)를 넘긴 세월의 흔적인 듯 수전증으로 그의 손은 간간이 떨렸지만 노 학자는 조그만 책상용 조명에 의지해 자료집을 붙들고 여전히 하얀 원고지의 여백을 채워가고 있었다.

강씨는 우리 비교언어학계의 몇 안 되는 원로 가운데 한 분이다. 하지만 그는 <통시국문법강설> 등 저서를 통해 우리말의 기원을 알타이어가 아니라 길리약족의 언어라는 학설을 주장, 국어학계의 정설에 맞서 왔다. 그 탓에 보이지 않는 냉대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로 임용됐지만 갑자기 취소된 적도 있다"며 "당시 학계에서 인정받던 한 교수의 설과 다른 얘기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씁쓸해했다.

강씨는 해방직후 경성대학 중등교양성소에서 국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6개월짜리 과정이었다. 그때 동경대학 언어학과 출신인 유응호 선생의 수업을 듣게 된 게 계기가 됐다.

그는"유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던 국어의 기원을 들으며, 언어를 통해 한국인의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 진학해 비교언어학을 전공했다.

국어의 진짜 토박어라고 강씨가 주장하는 길리약어는 현재 사할린 북쪽 근처의 흑룡강 강구 일대에 살고 있는 소수 민족 길리약족의 언어다. 강씨는 "고뿔이란 말도 감기로 사용하는데, 원래는 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길리약족이 현재 고뿔을 병이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국어는 한자어와 외국에서 빌려온 차용어로 거의 다 이뤄져 있다"며 "터키어, 만주퉁구스어, 드라비다어, 아이누어 등이 혼재돼 있고 진짜 고유어는 700~800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육군사관학교, 공주사범, 덕성여대, 충남대를 거쳐 수원대에서 교수 정년을 맞는 동안 그는 자신의 학설을 굽히지 않았고, <한국어계통론> <고대사의 비교언어학적 연구> 등 연구와 저술도 이어졌다. 퇴직 후에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모아 '한일고대관계사의 쟁점' 등 13편의 논문집을 발간했고, 최근에는 <왜의 정체> 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책을 내기도 했다.

"언어학 연구를 위해 고대사를 정리하다 보니 일본 역사의 뿌리까지 흘러간 거죠." 강씨는 "일본 천황의 역사는 가야국의 역사"라며 "일본의 숭신천황은 가야국의 김수로를 지칭하는 것으로 일본 천황의 초기 역사는 가야국의 역사를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죽는 날까지 연구는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지금도 야침 7시부터 새벽 1시가 넘을 때까지 연구를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웃어 보였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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