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재주도 좋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지난 12년 동안 연임 욕심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내 회사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을 뿐이죠."
얼마 전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20년 최고경영자(CEO) 경력'이 화제가 됐지만 박종원(67ㆍ사진) 코리안리 사장의 거침없는 'CEO 연임 행진'도 금융권에서는 못지 않은 화제다.
올 6월로 4번째 임기(각 3년)가 만료되는 박 사장은 이변이 없는 한 5연임이 유력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 15년 CEO 생활을 눈 앞에 둔 박 사장에게 그만의 '장수 CEO 노하우'를 들어봤다.
박 사장은 그 첫째 덕목으로 '원칙'을 꼽았다. 자리에 연연하거나 오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하다 보면 회사는 늘 장기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CEO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당장 오너나 사원들이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원칙)를 제시하고 이를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때 수많은 금융사에 손실을 끼쳤던 CDS, RG 등 파생상품 역시 '위험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면 투자하지 말라'는 박 사장의 원칙 덕분에 코리안리는 비켜갈 수 있었다.
인사에서도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다. 박 사장은 12년 전 당시 대한재보험 CEO에 취임하면서 인력 30%를 줄이는 구조조정 악역을 맡았다. "정치권 실세를 업은 청탁, 노조위원장 등도 원칙에 안 맞으면 예외 없이 잘랐고 그 뒤로는 자연히 청탁이 줄어들더라"고 그는 회상했다.
둘째는 '위임'. 그는 모든 인사를 임원 등 부하직원들과 상의해 결정한다고 했다. 밑에서 추려서 올라오는 범위 밖의 인물은 시키지 않는다는 것. 이른바 '수평적 경영'이다. CEO의 혜안으로 발탁 인사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가장 중요한 객관적 능력은 조직원 모두가 인정해야 되는 것"이라며 "안될 사람은 뽑지 않는 것이 인사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답했다.
'솔선수범'은 보험업계에서도 유명한 박 사장의 카리스마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임원들에게도 곧잘 반말로 대화하지만 "폭탄주를 마실 때도 내가 한잔 더" "산에 오를 때도 가장 앞에서 걷는" 태도를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6년째 전 직원을 인솔하고 백두대간 종주를 벌이는 것도 "남들은 내가 산을 좋아하는 줄 알지만 내뱉은 목표를 앞장 서 지키려는 의무감이 더 크다"고 그는 고백했다.
박 사장은 최근 코리안리 주식 9,700주를 주당 1만300원에 추가로 샀다. "남에게 투자를 권하기에 앞서 스스로 행동하는 솔선수범이자 5연임을 앞둔 장수 CEO로서의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해석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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