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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그 수배자가…' 경찰 예리한 눈이 강간범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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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그 수배자가…' 경찰 예리한 눈이 강간범 잡았다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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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관이 지나가던 택시 안에 타고 있던 상습적인 강도강간 혐의로 수배된 피의자를 한 눈에 알아보고 추격 끝에 붙잡았다. 검거된 피의자의 도피 행각에서 경찰 검문과 수색 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6일 오후 3시께 서울 동대문구 군자교 인근 동의로 오거리에서 검문 중이던 성동지구대 소속 이용기(35) 순경의 눈에 지나가던 택시 뒷좌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번쩍 들어왔다. 반쯤 열린 유리창 사이로 드러난 남자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던 것. 퍼뜩 공개수배자 전단에서 본 사진이 떠올랐고, 곧바로 동료 한 명과 순찰차로 택시를 뒤쫓았다. 당시 이 순경은 대로변에서 오토바이 날치기 예방을 주목적으로 검문 중이었고, 택시는 편도 3차선 중 1차선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곧이어 택시를 세운 이 순경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가 내민 주민등록증 사진은 낡아 식별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순경은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다르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순간 당황한 남자는 차문을 열면서 이 순경을 밀치고 주택가 쪽으로 달아났다. 이 순경은 800미터 가량 추격전을 펼친 끝에 이 남자를 붙잡았다.

신원조회 결과, 붙잡힌 남자는 수원중부경찰서에 4건의 강도강간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달 12일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 폐암 치료 도중 달아난 김모(49)씨였다. 김씨가 도주할 때 응급실에는 경찰관 3명이 있었으나 모두 김씨 곁을 비웠고, 수갑도 헐겁게 채워진 상태였다.

이 순경은 "김씨의 짧은 머리와 구레나룻이 수배전단의 사진과 닮아 쫓아갔다"며 "평소 수배자 명단과 사진을 유심히 관찰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도주 직후 병원 근처 친척집에서 택시비를 빌린 뒤 남수원 자신의 집에서 현금과 옷가지 등을 챙겨 나와 택시로 평택까지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충남 천안과 전북 남원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 민박집에서 열흘 가량을 지내고 부산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며 밀항을 기도하다 여의치 않자 6일 버스로 서울에 왔다. 22일간 전국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동안 경찰의 검문검색에 단 한차례도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전날 천안에서 도난 당한 주민등록증과 1,100만원 가량의 현금과 상품권을 갖고 있던 점으로 미뤄 추가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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