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 중인 한국 대학생이 러시아인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달 15일 유학생 강모씨가 러시아 청년들에 집단폭행 당해 사망한지 20여일 만에 또다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러시아 지역 여행경보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8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에 재학 중인 심모(29)씨는 7일 오후5시(현지 시각) 모스크바 유고자빠드나야 지역의 한 상가 건물 앞에서 복면을 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근을 찔렸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심씨는 중상을 입었지만 수술이 성공리에 끝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6년 전 모스크바로 유학 온 심씨는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생일을 맞은 같은 교회의 교포 자녀 4명과 다른 유학생 1명과 함게 노래방을 다녀오다 습격을 당했다. 심씨는 이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심씨는 노래방을 나와 학생들을 차에 태우고 헤어진 뒤 10여m를 걸어가던 중 봉변을 당했다. 흰색 복면을 쓴 괴한은 범행 후 곧바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경찰은 스킨헤드 등 인종 혐오주의자나 극우 민족주의자의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 현장은 지난주에도 외국인 1명이 피살된 곳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5일 유학생 강모씨가 숨졌고, 지난해 1월에는 한국 여대생이 모스크바에서 얼굴에 인화성 물질을 맞아 화상을 입는가 하면 2007년 2월에도 유학생 1명이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등 한국인 유학생들은 지속적으로 러시아 인종 혐오주의자들의 표적이 돼 왔다. 현재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은 2,000여명이다.
한편 외교부는 러시아에서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행 및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행경보가 양국관계에 결정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주 내로 모스크바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여행경보단계가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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