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말 미 전역의 병원 응급실은 신종 플루(H1N1)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텍사스 뉴욕 등 대부분의 주에서 학교 휴교령 및 환자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심지어 전염을 우려해 지인을 만나도 포옹 등 신체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미 보건 당국은 당시 "정점에 이른 신종 플루가 겨울철에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 또 한 차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흐른 3월 초 현재, 미 전역은 언제 신종 플루가 있었냐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환절기인데도 일반 감기증상 조차 호소하는 사람이 드물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미 공영방송 NPR은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증세가 심하지 않은' 감기를 앓아 인체 내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약 2억3,000만 명분의 H1N1 예방백신을 구입, 이 가운데 9,500만 명 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종 플루에 5,700만 명이 감염됐으나 이 가운데 숨진 사람은 1만2,000여 명이었다. 어린 아이와 청년층에서도 사망자가 많이 나와 큰 공포를 불러 일으켰지만, 해마다 최대 4만 명이 감기로 숨지는 것에 비하면 신종 플루는 '순한' 감기였다.
플루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손을 더 자주 씻고 대인 접촉을 기피한 것도 올 봄 감기환자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NPR은 "백신을 통해서든 감기를 통해서든 우리 몸에 충분한 항체반응이 생겨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올해엔 신종 플루는 물론 매년 찾아오는 계절독감마저 조용해졌다"고 보도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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