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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살해범 잡을 기회 두번 더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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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살해범 잡을 기회 두번 더 놓쳤다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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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33)씨를 3일 눈앞에서 놓친 것 외에 그를 검거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수차례 무산시킨 것으로 8일 드러나 늑장수사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범인을 빨리 잡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2일 오전 8시 10분께 이양 집 인근 빈집에서 김씨로 보이는 남성이 얼굴에 수건을 덮어쓴 채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발견, 신고했으나 10여분이 지나도 경찰이 오지 않아 검거에 실패했다. 신고 현장은 수사본부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신속하게 출동했다면 충분히 검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또 공개 수사 전환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김씨가 사상구 주례동 친구 이모(33)씨 주점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경찰이 형사를 배치하지 않아 검거 기회를 놓쳤다. 3일 오전 5시께는 이양 집 인근 빈집에서 형사 1명이 은신해 있던 김씨를 발견했으나 뒤쪽 창문을 통해 3.5m 담 아래로 뛰어내려 도주하는 것을 추적하다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범인 김씨는 범행 후 경찰에 두 차례나 전화해 수사 상황을 살피는 등 지능적으로 대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양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2시께 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 "형사들이 다녀갔다"고 하자 아버지 휴대폰으로 연락처를 남긴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왜 사람을 죽이느냐"고 결백을 주장했었다.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이양 집 부근으로 돌아온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반인륜적 흉악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언제까지 이런 흉악 범죄가 계속돼야 하느냐. 무슨 말로 부모님을 위로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딸을 둔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정부의 책무"라면서 "사회적 약자,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흉악범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섭 기자

부산=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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