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최선미(35)씨 부부는 요즘 갑자기 야근을 하거나 회식으로 늦어도 예전처럼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구립 어린이집이 아들 우현(5)이를 저녁 늦도록 잘 돌봐주는 덕분이다. 그래서 퇴근시간에 차가 막혀도 조바심으로 속이 탔던 예전과 달리 저녁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최씨는 "일반 어린이집은 오후 6시나 7시30분까지만 아이들을 맡아줘 그간 밤 9시 넘어 퇴근할 때면 부모님에게 맡기거나 아예 사설 어린이집을 이용했는데 이제는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가 지난달부터 관내 모든 구립 어린이집을 시간연장형인 '24시간 어린이집'으로 개편하면서 주민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직장 일로 밤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없어 발을 구르던 '워킹맘'들에게 최고 인기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오모(41)씨도 지난해 7월부터 구립 어린이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5살 된 딸을 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인 오씨는 딸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고 강조한다. "지방 출장이 잦은데 '딸이 잘 놀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선생님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나요."
부부가 직업 군인인 한모(28)씨 부부도 '24시간 어린이집'을 자주 이용한다. 직업 특성상 새벽에 비상소집이 잦은데 3살 된 아이를 불시에 맡겨둘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씨는 "둘째도 임신 중인데 보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게 돼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을 운영중인 송파구 잠실본동의 잠일어린이집 박미나 원장은 "저녁 식사가 제공되고, 낮 시간보다 아이수가 적어 교사들이 더 집중적으로 돌봐줄 수 있어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어린이집 원생 79명 중 20명 안팎의 부모들이 매달 많게는 20회까지 시간연장형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송파구는 시범운영을 통해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부터 33개 모든 구립 어린이집을 시간연장형으로 개편했다.
구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간연장 보육교사 인건비의 80%와 아동석식비, 취사부 인건비 등 9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자치구의 보육환경 개선노력 때문인지 송파구는 2005년 이후 4년 연속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2005년 5,218명을 시작으로 매년 늘더니 지난해에는 6,356명이 태어나 서울 25개 자치구중 가장 많은 신생아 수를 기록했다.
구 관계자는 "일과 출산, 일과 가정으로 고민하는 워킹맘들에게는 보육시설 확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야근 등으로 저녁시간 보육이 어려운 맞벌이 부모에게 시간연장 어린이집이 실질적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는 올해도 12개의 어린이집을 추가로 개원하고 모두 시간연장형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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