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간다면 가장 보고 싶은 것은? 한류열풍이 거셀 때, 필리핀과 베트남의 젊은 여성들에게 물어보았다. 의외로 한국의 눈, 겨울을 보고 싶다는 여성들이 많았다.
<겨울소나타> 같은 드라마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들이 사는 열대지방에서 평생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경험하고 나면 정반대가 된다.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였던 눈과 겨울 추위가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 여성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존재가 된다. 농촌에 사는 여성들일수록 심하다.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그것이 열대의 체질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겨울소나타>
■ 그러나 그들의 2세만 돼도 다르다. 절반은 한국인의 체질을 타고난 데다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도 자연스럽다. 언어와 교육이 더 큰 문제다. 아이에게 처음 언어를 가르치는 엄마가 서투르기 때문이다. 엄마에게서 공부 도움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말조차 잘 통하지 않는다. 아동 10명중 4명이 또래보다 6개월 이상 언어발달이 늦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서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의 가장 큰 안타까움도 언어장벽으로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다.
■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나마 낫다. 재혼한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1,500여명의 중간입국 자녀들은 한국어를 거의 모른 채 무작정 학교를 다녀야 한다. 취학 전에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곳도 없고, 일본처럼 구역 단위로 초등학교에 외국인이나 이민 자녀를 위한 언어교육 프로그램이나 전담교사도 없다. 특이한 외모에 말까지 통하지 않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열에 일곱은 적응하지 못하고 장기결석을 하거나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나면 그들이 가는 곳과 할 수 있는 일이란 뻔하다. 가출ㆍ비행 청소년으로 거리를 떠돌게 된다.
■ 지난해 다문화가정 전체 취학연령자녀 4만2,676명의 재학률은 82.4%(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조사)로, 일반자녀에 비해 14% 정도 낮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율은 더 낮아져 고교재학률은 70%(일반 92%), 중간입국자녀의 경우는 30%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50년이면 다문화가족이 인구의 5.11%(216만4,886명)로 영ㆍ유아기 아동의 24.7%, 초등학생의 15.3%, 중학생의 12%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데도 이들의 교육문제를 사회복지나 민간봉사에만 맡겨둘 텐가. 국가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40년 대계'를 세워야 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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