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현재의 희망이자 미래의 주인이다.' vs '여성이 몸에 대한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지난달 초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낙태수술 의사를 고발하자, 여성단체들이 반대입장을 표하면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프로라이프'(pro-life)와 산모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프로초이스'(pro-choice)간 논쟁이 국내에서도 본격 불붙은 것이다.
여성단체 등 프로초이스 측은 개인별로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무조건 낙태를 반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임신한 여성이 처한 여건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무조건적인 낙태반대는) 여성을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억제하려는 반인권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로라이프 측은 이미 국내에서 낙태는 사실상 피임수단으로 전락했고, 이는 예외를 인정하는 모자보건법의 애매한 허용 규정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심상덕 프로라이프 의사회 윤리위원장은 "산모가 입덧이 심해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죽을 것 같으니 낙태를 해달라는 경우도 봤다"며 "예외조항이 구체적이지 않아 악용될 소지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제도정비만 해도 불필요한 낙태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의학계 관계자는 "임신부와 태아의 권리를 놓고 벌이는 시소게임 성격의 상황이 지속되면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질 것"이라며 "낙태의 허용기준 및 예외조항의 구체화 등에 대해 정부의 중재 아래 양측이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