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부터 달라졌다. 4일 민노총의 2010 투쟁방침 발표 기자회견에 나선 김영훈 위원장은 붉은 머리띠와 투쟁복(점퍼, 조끼) 대신 깔끔한 재킷을 입었다."투쟁복을 입는다고 설득력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입장을 바꿔 근로시간면제위원회 참가를 선언했다.
그는 하루 앞서 한국노사관계학회 간담회에서도"쇠파이프를 버리고,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민노총을 연대, 평등, 평화를 추구하는 온건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한편으로 "반 노동적인 현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민노총이 투쟁 노선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거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는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민노총의 반성과 변화 의지의 이유가 무엇이건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민노총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노동제도의 변화로 노사문화가 달라졌고, 노동운동의 환경과 방향도 바뀌었다. 낡은 정치ㆍ폭력투쟁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2008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노총 탈퇴 도미노가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노동조합도, 노동운동도 민주적이고 사회 공익적이어야 한다. 4일 현대중공업 서울메트로 등 전국 40여개 노조가 제3의 노동연대인'새 희망 노동연대'를 출범시키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 투쟁보다 정책과 공익노조 지향,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 주는 노조를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민노총에서 탈퇴한 KT노사는'창조적 신 노사문화'를 선언하면서 조합비와 회사 기부금으로 중ㆍ고생 장학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의 정치투쟁을 위해 냈던 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노조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브랜드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민노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김영훈 위원장도 온건한 이미지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노총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파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이런 다짐이 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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