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지금은 아무 말도 못하겠습니다…."
'설마…'했던 것이 현실이 됐다. 여중생 이유리 양이 실종 11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자 어머니 홍모(38)씨는 망연자실한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6일 오후 9시23분께 이양 집 근처 한 주택 물탱크에서 이양의 시신을 발견한 뒤 가족에게 곧바로 연락했고 어머니 홍씨를 통해 이양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시 홍씨는 경찰이 가져온 분홍색 바지와 흰색 티를 보고는 "우리 딸 옷이 맞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참혹한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은 홍씨의 아픔을 위로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웃에 사는 주부 박모(44)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생사를 달리했는데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냐"며 "같이 딸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너무 가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주부 선모(36)씨는 "경찰이 눈앞에서 범인을 놓쳤다는 기사를 본 뒤 아이들이 걱정돼 며칠째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붙잡혀 맘 편히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범인이 30여 가구가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서 이양의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를 물탱크 안에 넣고 위장하는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몸서리를 쳤다. 인근 주택에 사는 한모(69)씨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무서워 한숨도 못 잤다"며 "그렇게 많은 경찰이 돌아다녀도 대범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신모(71)씨는 "요즘 동네가 10시가 되기 전에 조용해지고, 특히 아이들과 젊은 여자가 사는 집은 일찍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 출입을 안 한다"고 전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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