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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미스 선생님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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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미스 선생님의 교육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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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 페이스북(Facebook)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2006년 하버드 대학 기숙사 방에서 시작한 이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의 회원수는 현재 3억5,000만 명을 넘어 구글에 이어 두 번째로 이용자가 많다. 나도 지난해부터 조금씩‘페이스북’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학교 동창의 투고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중학교 시절 브라스밴드 지도교사인 루이스 스미스 선생님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알리는 글이었다. 그 동창생에게 스미스 선생님의 안부를 물었다. 선생님은 이제 80세이시고 2005년 뇌졸중을 겪어 트럼펫을 못하신다고 한다. 며칠 사이 동창 여럿이 선생님을 추억하는 글을 올렸는데,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 보통 미국 사람들은 중학교 스승을 잘 기억하지 않는다.

스미스 선생님은 어떻게 예외가 되셨을까? 브라스밴드를 지도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선생님은 재즈 뮤지션에 잘 어울릴 가죽양복을 입으시면서도 다른 교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지하게 수업을 진행하셨다. “연주 연습은 그저 노는 것이 아니라 미시간 주 음악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라고 거듭 강조하셨다.

수업은 연습 중심이었고 시간을 100% 채웠다. 잡담이나 농담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음악은 바흐가 시작이라며 기본을 튼튼하게 세우면 나중에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부모님 앞의 연주이든 주(州)음악대회이든 학생의 옷차림과 행동을 엄격히 지도하셨다. 의자에 앉는 자세까지 따졌다.

선생님은 독특한 교육법을 사용했다. 밴드의 자리를 학생의 연주 실력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했고, 연주하다 실수를 하면 자리를 바꾸도록 했다. 열심히 연습해 높은 자리에 챌린지, 도전할 수 있었다. 연주하기 어려운 대목을 두 학생이 연주하도록 하고는 판정을 내렸다.

선생님은 교사가 되기 전에 프로 재즈밴드의 트럼펫 연주자였고 솔로 앨범도 냈다. 그런데도 수업시간에 자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몰두했다. 언젠가는 학생이 힘겨워하는 대목을 대신 트렘펫을 들고 아름답게 연주한 뒤 박수가 터져 나오자, “당신들의 성공을 위해 박수를 아껴두라”고 연습을 재촉하셨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스미스 선생님의 교육관 또는 인생 철학을 되돌아보면 세 가지 중요한 지침을 발견한다. 첫째는 노력 없이 되는 것은 없고, 목표를 향해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도전할 수 있지만 언제든 다른 사람의 도전에 밀려 아래로 다시 내려 갈 수 있다.

둘째는 음악이든 인생이든 샛길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과 원칙이 중요하고 이를 좇아 실력을 기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셋째는 남을 잘 가르치려면 본인부터 내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실력을 뽐내거나 과시해서는 안되며,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지도해야 한다.

스미스 선생님의 교육관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한국 선수들을 가르친 감독과 코치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길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기초부터 튼튼히 세우지 않으면 내실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가 위기를 상당히 벗어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과연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사고와 체질로 전환 했는지는 의문이다. 누가 스미스 선생님처럼 트럼펫을 들고 엄격하게 우리를 가르쳐 줄 것인가?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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