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자료를 보관할 박물관이 유공단체들의 반대로 정부의 사업승인을 받아 놓고도 1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8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정대협은 2009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내에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짓는 착공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광복회, 순국선열유족회 등 유공단체들의 반대로 1년이 넘도록 아무런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대협은 박물관을 짓기 위한 서대문 독립공원 내 매점 부지(면적 410㎡)를 서울시로부터 2005년 기증받아 2008년 11월 문화재변경심의와 공원 심의를 모두 통과하고 서울시의 사용승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순국선열유족회 등 유공단체들은 독립공원 내에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박물관을 짓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순국선열유족회의 관계자는 "서대문 독립공원은 서대문형무소가 90년 동안 있어왔던 자리로 독립운동을 보여주는 성지"라며 "하필 왜 이런 곳에 박물관을 만들어 패배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학생들이 올 때마다 보게 해야 하느냐"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국장은 "위안부 여성들도 일제에 의한 피해자들"이라며 "유공단체들의 반대는 여성 차별과 함께 위안부 여성들을 부끄러운 기억으로만 치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대협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2009년 2월 공원 내 매점 철거에 필요한 멸실 허가를 서울시에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유공단체들의 반발을 이유로 1년째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재 독립공원 내 매점은 운영이 되고 있지 않는 상태로 서울시로부터 철거 허가만 떨어지면 공사는 바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유공단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들과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내년에 용산가족공원 내 위패봉안소를 건립할 계획"이라며 유공단체들에게 독립공원 내에 있는 위패봉안소를 그쪽으로 옮길 것을 제안하고 있다.
광복회는 이에 찬성하고 있지만, 순국선열유족회는 "용산은 예부터 청나라, 일본군 등이 주둔한 곳으로 지금도 미군이 있지 않느냐. 독립운동을 한 순국선열을 외국 군인들이 있었던 곳으로 옮길 수는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대협은 2004년부터 박물관을 짓기 위한 기부금을 모아 지금까지 약 15억원 정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희 사무구장은 "박물관 건립을 염원하는 약 1만명의 소중한 개인기부가 모여 만들어낸 금액"이라며 "서울시가 협의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박물관 건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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