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희망노동연대가 제3의 노동 그룹을 결성하고, 민주노총이 온건 노선을 표방하면서 투쟁 일변도의 경직된 노동 지형이 바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건은 희망연대의 파급력과 민주노총의 변화 의지다. 일단 희망연대의 출범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치 논리에 사로잡혀 대정부 투쟁에 집착해 온 만큼 시대 변화와 근로자들의 요구를 담아 낼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양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미가맹 노조의 조합원 수는 매년 증가해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것은 기존 노조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4일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공언하는 등 온건 노선을 강조한 것도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희망연대가 양 노총 사이에서 진정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고한 하나의 단체가 아니라 느슨한 연대로 출발해 조직의 실체가 모호하고 이념적 지향성도 흐릿하다. 무엇보다 노조 활동의 핵심인 단체협약 협상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최영기 한국노사관계학회장은 5일 "희망연대의 설립 취지는 좋지만 이제 걸음마에 불과하다"며 "단체협약 등 구체적 사안에서 얼마나 단결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경우 김 위원장이 역대 최연소 위원장인데다 온건파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초기의 변화 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문제는 내부의 고질적 정파주의를 극복하느냐다. 민주노총은 2007년에도 이석행 위원장이 "국내 재벌 회장과 만나 대화하겠다"고 했다가 이듬해 쇠고기 파동 때 강경 투쟁으로 돌변한 전례가 있다. 민주노총도 이달 하순부터 5월까지 연이은 투쟁 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아직은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방어적 차원에서 립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의 관성을 깨는 질적인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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