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함양아(42)씨의 개인전 '형용사적 삶>넌센스 팩토리'에서는 달콤한 초콜릿향을 맡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레이터들의 두상 조각과 영국의 컬렉터 찰스 사치의 이름을 새긴 부조, 그리고 작가 자신의 전신상이 모두 초콜릿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큐레이터의 두상 조각 중 일부는 누군가 뜯어먹은 듯 형태가 뭉개져 있다. 네덜란드와 서울에서 벌인 퍼포먼스 과정에서 관객들이 먹고 만진 결과다. 또 작가의 전신상은 열판 위에 놓여있어 전시 기간 동안 천천히 녹아내린다.
부조리한 현실과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삶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함씨는 "작가로서 접하는 세상과, 그 역학 관계를 초콜릿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콜릿은 매력적인 물질이자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녹아 없어진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삶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함씨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는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작가로, 영상과 조각,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는 초콜릿 작업 외에 각기 다른 개인을 20여 개의 기둥으로 표현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작품 '사회 안의 개인들로서의 기둥 설치', 도시 위를 나는 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영상 작품 '새의 시선', 2008년 에르메스미술상 후보작이었던 '보이지 않는 옷'등을 내놨다. 4월 25일까지, 관람료 3,000원. (02)733-8945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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