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삼겹살 할인 전쟁으로 유통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형마트 업계 주요 3사의 행태가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유는 제품 출시 24년 만에 대형마트 업계에서 처음 시도된다는 농심 신라면의 할인 판매 때문이다. 이마트의 선공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맞대응하면서 농심 신라면 20개 들이 한 상자는 기존가 대비 1,000원 정도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고 지난 주말부터 일부 점포에서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 입고돼도 반나절이면 물건이 동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1월 삼겹살 판매 때와 똑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평소보다 9~10배의 물량을 준비했지만 예상보다 고객의 호응도가 더 높았다"는 게 대형마트측이 내세우는 조기 품절에 대한 핑계다. 하지만 단순한 수요 예측의 오류 때문일까. 더욱이 자체 마진 포기로 협력 업체의 납품가는 그대로 두면서 물량 공급차질이 없게 하겠다던 대형마트측의 공언 역시 어불성설이었다. 라면 할인 판매가 시작된 지 5일째 접어든 8일 이마트 영등포점 등 일부 매장에선 이미 두 상자로 한정했던 1인당 구매량을 절반인 한 상자로 줄이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쯤 되면 "물가안정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던 대형마트 업계의 거창한 설명도 로스리더(미끼상품) 전략의 포장술과 다름없다. 실제 4일부터 7일까지 이마트의 신라면 매출은 할인 품목인 20개 들이 제품이 710%, 비할인 품목인 5개 포장 제품의 매출도 30%나 증가했다. 라면 전체 판매액도 40%나 늘었다.
한달 주기의 미끼상품 판매가 대형마트 업계가 그토록 주장하던 '상시 저가 체제'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줄서서 기다리게 해 시간을 빼앗고, 품절을 이유로 헛걸음하게 하는 대형마트 업계의 상술에 순진한 소비자들이 농락당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김소연 경제부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