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사회의 어느 한 분야도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없다. 각 분야의 고유 경계 영역이 무너지고 서로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강력하게 융합되는 지배체제로 전환되었다. 스포츠는 '융합과 복합화'라는 트렌드의 면모가 아주 강한 특징을 가진다. 과거 우리에게 스포츠는 대한민국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는 것이 주안점이었다면, 오늘의 스포츠는 우리 사회의 응축된 역량이 융합되어 발산되는 국가 콘텐츠의 주력이 되었다.
이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감동과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사회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는 이미 국가와 국가 사이의 단순 경쟁을 넘어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을 형성한지 오래이다. 또한 스포츠는 선수 개인의 투지와 자질만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 사회의 총체적 역량이 투입되는 '균형 산업'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고 체계화된 시스템의 마련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경제 위기로 보호무역의 추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스포츠 산업의 세계화'는 유연한 실리전략을 추구해야 할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제 급성장한 대한민국 스포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진정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산업을 중심으로 한 '승자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보고에 따르면, 스포츠 용품에서 고가품은 선진국에 밀리고 저가품은 개도국의 공세에 밀려 중추 기반이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산업 규모가 자동차 산업의 2배가 넘고 영화를 비롯한 영상산업의 7배를 넘는 엄청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선수 개인의 플레이는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활용하고 뒷받침하는 스포츠 과학ㆍ산업의 인프라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스포츠산업은 규모성, 전문성, 지속성이 필요한 '융합적 균형산업'이다. 즉 국가와 사회에 응축된 경제력, 과학기술 역량, 문화ㆍ레저기반 등 다양한 스마트파워(smart power)가 녹아 들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된다. 이런 점에서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는 "명품 선수"의 경기력을 제대로 뒷받침하고 활용하는 적극적인 스포츠산업의 명품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투지, 인내, 정신력으로 표상되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벗어나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선행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학화, 정보화, 자본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된 세계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책, 중장기 전략에 따른 인프라 구축, 과학ㆍ기술ㆍ문화ㆍ마케팅 등 국가사회 차원의 융합을 통해 비교우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김연아, 이상화, 모태범을 비롯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투혼과 열정이 국민을 감동시켰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불가능하게 여겼던 종목에서 믿기 어려운 성과들을 보였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선수들의 피땀 어린 훈련, 스포츠과학의 지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와 기술 교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스포츠 산업의 구조개혁과 성장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고 추진하지 않는다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지금과 같은 성과를 유지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 이제라도 다양화, 복합화, 융합화, 대형화, 전문화로 진행되는 세계 스포츠과학ㆍ산업과 거리를 좁히는 전략적 노력을 통해 선수들의 땀과 열정에 국가 사회가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한다. 선수의 기량과 스포츠과학의 발전, 스포츠산업과 마케팅의 숙성된 성장이 최적의 조합으로 융합되어 대한민국 미래성장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위너(winner)가 되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정만 (국민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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