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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혜화동 1번지, 10개월간 1~3기 연출가들 릴레이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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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혜화동 1번지, 10개월간 1~3기 연출가들 릴레이공연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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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연극 파수꾼'들의 무대

기국서, 류근혜, 이윤택, 채승훈, 박근형, 손정우, 최용훈, 이성렬…. 왕성한 실험정신과 폭발적 연출력으로 우리 연극계의 실질적 자산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76, 창파, 로얄씨어터, 골목길, 백수광부, 표현과상상, 작은신화, 가변, 반(反), 죽죽(竹竹), 동(動) 등의 대표이기도 한 이들이 공동 제작자로 나섰다. 극장 혜화동 1번지의 10개월 장정 프로그램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 시즌 1, 2가 가동된다.

1991년, 30평을 겨우 웃도는 공간에서 우리 연극은 굴신 운동을 시작했다. 대학로가상업화의 길을 앞장서서 걸으며 신흥 유흥가처럼 바뀌고 있을 때, 극단 무천 대표인 연출가 김아라씨가 365만원을 종잣돈 삼아 마련한 공간이었다. 이곳을 지켜내려 2년여를 그악스럽게 버텼고, 이윤택 채승훈 이병훈 박찬빈 기국서 류근혜 황동근씨가 동참했다. '연극 실험실 혜화동1번지' 1기 회원들이다.

4일 문을 연 이번 잔치 마당은 혜화동1번지의 1~3기 연출가들이 꾸미는 시즌1 무대 '여기가 1번지다', 4기의 시즌2 무대 '1번지 혈전'으로 이어진다. 자신만의 연극 언어로 세상과 맞서고, 또 소통하기를 꿈꾸는 이들의 무대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인 1기 이윤택씨가 14일까지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수업'으로 포문을 연다. 사이코패스를 그리는 선배의 무대를 3기 박장렬씨는 자신의 작품 '72시간'으로 이어간다. 4월 1~11일 공연되는 이 무대는 붕괴 사고로 막장에 갇혀 있으면서 세상과 화해하는 두 광부의 마지막 시간을 그린다.

16~25일 극단 골목길을 이끄는 박근형씨(2기)는 희랍 비극 '오이디푸스 왕'으로 운명의 절대성을 보여준다. 극단 가변을 이끄는 송현종씨(3기)는 4월 28일~5월 9일 해롤드 핀터의 '컬렉션'으로 불륜 문제를 게임이라는 잣대로 읽어낸다. 6월 9 ~20일 극단 작은신화의 상임연출자 최용훈씨(2기)는 김숙종 작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으로 도시인의 일상을 독특하게 풀어낸다.

6월 24일~7월 4일에는 사형 집행인과 작가의 만남을 통해 죽음의 문제를 파고드는 '천대 받는 자와의 밤의 대화'를 극단 프라이뷔네가 상임연출 박찬빈씨(1기)의 해석으로 보여준다.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이성렬씨(2기)는 불법 의료로 살아가는 의사를 그린 '야매 의사'를 8월 5~15일 무대에 올린다. 극단 로얄씨어터 상임연출 류근혜씨(1기)는 형제의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위선을 보여주는 '위험한 커브'를 8월 5~15일 올린다.

9월 30일~10월 10일 극단 죽죽 대표 김낙형씨(3기)는 흙으로 대표되는 자연 세계와 멀어져 가는 현대인의 풍경을 그린 '토란(土亂)'으로 무대를 잇는다. 그룹 동의 오유경씨(3기)는 종교 찬양가를 신도들에게 퍼뜨려 돈을 버는 사이비 교주의 행각을 통해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은미노래방'을 10월 14~24일 펼친다.

극단76 대표 기국서씨(1기) 작ㆍ연출의 '작란(作亂) 2'는 용산 참사를 두고 유족,

정치인, 종교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희화화시킨다. 10월 27일~11월 7일. 극단 창파를 이끄는 채승훈씨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해체한 자신의 작품 '푸른 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2'를 연출, 1998년의 1편 작업을 잇는다. 대미는 11월 24일~12월 5일 손정우(2)씨가 희랍 비극을 재구성해 연출하는 '메디아 왈츠'다.

시즌2는 모두 4기의 무대. 김한길의 '임대 아파트'(극단 청국장ㆍ5월 14~23일), 김재엽의 '타인의 고통_여기 사람 있다'(극단 드림플레이ㆍ5월 25일~6월 6일), 박정석의 '아버지를 죽여라2'(극단 바람풀ㆍ8월 18~29일), 김혜영의 '사막에 눈이 내릴거야'(극단 유정ㆍ9월 2~12일)등이다. 연출자이면서 작가라는 사실은 4기가 공유하는 특색이다.

연극계 일선에서 활약 중인 이들의 일정을 극장측은 2008년부터 조율해 왔다. 아르코극장,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지원 받은 1억여원이 힘을 보탰다. 예술감독을 맡은 김아라씨는 "상업주의의 범람 속에서도 혜화동1번지가 '아름다운 실패'의 정신 아래 순수 연극을 지키는 파수꾼이었음을 자축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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