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금융당국에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계약자 보험료에서 보험금으로 지급된 비율인 손해율이 최근 1년 새 5.0%포인트 올라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강제 보험 성격으로 서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상에 앞서 보험사들이 얼마나 자구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9회계연도 1~3분기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사업비(계약자 보험료 중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떼가는 부분)는 2조4,473억원이었다. 보험료를 책정할 때 예상했던 예정 사업비보다 1,260억원(5.4%)이나 많다. 사업비 지출이 늘어난 것은 보험사 간 과당ㆍ출혈 경쟁에다 희망퇴직 등에 따른 과다한 인건비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로 해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빠져나가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료 누수를 막을 책임은 당연히 보험사에 있다. 경영 합리화를 통해 고객이 맡긴 보험료를 지키려는 노력을 충분히 한 다음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게 순서다.
경영 실패로 발생한 적자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는 건 보험업계만이 아니다. 건설업계가 최근 미분양 아파트 증가를 이유로 양도소득세 감면 재도입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건설사들은 작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집단도산' 위기에 놓였었다. 당연히 분양가 인하와 자산 매각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대다수 건설사들은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되살아나자 앞다퉈 '분양가 뻥튀기' 경쟁에 나섰다. 결국 수도권의 밀어내기 분양 경쟁은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다시 위기에 빠뜨렸다.
경영 실패의 1차적인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다. 먼저 방만한 사업을 정비하고 자구 노력과 구조조정을 다하는 게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초래된 경영위기를 손쉬운 원가 인상이나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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