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잠재적 부실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18개 은행의 요주의 여신 규모는 25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5.9%(6조6,000억원)나 치솟았다. 은행전체 여신 가운데 요주의 여신 비율도 2.0%로 전년에 비해 0.5%포인트 늘어났다. 요주의 여신은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한 돈 중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이거나 은행 자체적으로 부실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 여신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부실여신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큰 잠재부실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거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상 시기가)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을 고수하며 중앙은행을 압박하고 있지만, 사상 유례 없는 초저금리를 마냥 끌고 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소득 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733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21조원이나 늘어났다. 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가계빚 증가폭이 커지다 보니 부채상환 능력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향후 경기방향을 보여 주는 1월 경기선행지수도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은행권 일각에선 연체대출금 비중이 늘지 않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경기 회복이 둔화할 경우 요주의 여신이 한꺼번에 부실화하면서 금융권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은행들은 이제부터라도 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한 신용 점검 및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도 금융권의 잠재부실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계와 기업 또한 금리가 올라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자발적인 부채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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