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여학생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새해 들어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정부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점도 그렇지만, 이후 경찰의 수색 및 수사 과정은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특히 경찰이 공개수사를 하고 있던 기간에 행정안전부는 '민생치안 강화 대책'을 발표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강력하게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사상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실종된 여학생 사건을 경찰이 발생 3일 만에 공개수사에 나선 이유는 뚜렷하다. 여학생의 나이(13세)나 실종 당시의 정황으로 보아 집 주변 동네에서 발생한 성폭행 관련 납치로 보이고, 이미 사망했을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사의 기본은 신속히 여학생을 찾는 데 맞춰져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경찰이 연인원 2만명을 동원해 11일 동안 수색해 찾아낸 시신은 피해자의 집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수색하고 돌아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이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사람을 검거 직전에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현재까지 경찰이 거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그는 성폭행 전과자로서 총 11년간이나 수감생활을 했고 피해자의 집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살아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은 애초부터 그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4번이나 찾아갔을 정도였으나 도주를 염두에 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니 이들을 수사관이라 부르기 어렵다.
경찰은 "시신이 위장된 장소에 은닉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최대한 빨리 용의자를 붙잡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아무런 의지나 사명감이 없이, 건성건성 마지못해 수사하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는 의미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의 다수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직도 게으르고 나태하며 수사의 기본조차 챙기지 않는 경찰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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