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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한 경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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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한 경제, 어디로 가나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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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 해 11월 30일 단행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식량난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식량을 둘러싼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고, 주민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공급체계의 물질적 기초가 마련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시행한 화폐개혁을 북한 당국이 "인민 생활향상에 직결된 변화를 낳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화폐개혁 후유증 심각

이런 와중에 북한은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을 내세워 대규모 외자를 유치하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전국에 경제특구를 조성한다는 새로운 경제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시장을 통제하고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화폐개혁 조치를 옹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상당한 수준의 개혁개방을 의미하는 대규모 외자유치계획을 내놓는 북한의 상반된 태도는 외부 관찰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어쨌든 이들 야심 찬 구상은 내ㆍ외자를 최대한 동원해 국가공급체계를 정상화시켜 주민들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향상시켜 보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 당국이 내건 명분이나 의도와 상관 없이 많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만든 계기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의 지시나 방침, 내각의 정책,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재정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만성적 적자구조를 갖고 있는 북한 당국이 인플레를 안정시키고, 물자공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자를 해소시켜야 한다. 이는 계획부문을 축소시키고, 비공식부문, 즉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가능하다. 국영기업들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고,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자율적, 분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외자유치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내놓는 투자유치 계획은 투자자들로부터 더 깊은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비롯해 국제수지 적자,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가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거시경제 안정을 저해하는 경제지표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진 거시경제관리 정책 및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과 외화 유치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현재 북한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유력한 탈출구도 외화유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제 역시 국가 신인도 향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적자예산을 갖고 있는 자본주의 나라들은 대부분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적자를 메우지만 북한은 낮은 신인도 때문에 이 방식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지금 원조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다, 거시경제 안정을 지원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이는 핵문제 해결의 진전과 더불어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이다.

체제 위기에 이를 수도

북한 당국은 올 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핵심 국정과제로 경공업과 농업에 집중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 북한 당국은 무엇보다 경제활력을 되살려서 재정수입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 첫 단계는 핵심 경제주체들을 포함해 주민들로부터 정책과 제도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지금 단계에서 북한 당국이 특단의 신뢰회복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불안정이 사회불안, 정치불안, 체제유지 위기로 급속하게 번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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