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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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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윤이상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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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흉상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선생의 흉상이 국내에 도착한 것이 지난해 6월의 일이니 9개월 만이다. 통영시와 윤이상평화재단은 기존 제작된 흉상이 선생의 생전 모습과 다르다는 여론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북에서 새 흉상을 반입했다.

평양 윤이상박물관에 전시된 선생의 흉상을 만수대창작사가 복제한 것이다. 흉상은 즉시 인천항 물류창고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북의 핵실험 이후 정부의 반입 보류 방침으로 선생의 흉상은 어두운 창고에 갇혀버렸다. 이 일을 지켜보며 나는 우리 정부가 '속이 좁다'는 생각을 했다.

북의 핵 문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일이지만 선생의 흉상은 예술적인 교류일 뿐이다.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다. 현재 국내에 반입되어 있는 북한의 예술품은 부지기수다. 평양에서, 금강산에서, 중국에서 관광객이 직접 구입한 북한의 예술품이 안방까지 들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지역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까지 들어와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라도 반입을 허용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결국 윤이상 선생은 죽어서 또 9개월 간의 옥살이를 한 셈이다. 가로 54㎝, 세로 49㎝, 높이 83㎝ 크기인 이 흉상은 윤이상기념관 2층에 설치된 뒤 오는 19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에 맞춰 공개된다. 아무래도 통영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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