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합장 선거에서 금품과 향응 수수를 없애기 위해서는 조합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농협에서 30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A(55)씨는 "조합장의 지위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거나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해야만 각종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며 "특별채용이나 승진 등 인사권도 인사업무협의회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조합장이 농협 운영 전반에 걸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 돈 선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임자농협조합 사건 수사전담반을 지휘했던 박태권 목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조합원 대부분이 후보와 학연 지연 등 친분 관계로 얽혀 잇어 금품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는다"며 "선거를 위탁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참관인제도 대신 직영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투표장에 배치된 후보 측 참관인이 금품을 수수한 조합원들을 감시하거나 확인함으로써 주민들은 돈 받으면 반드시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박 과장은 또 "농협협동조합법상 불법 선거 관련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금품ㆍ향응 제공, 호별 방문 등에 대한 감시 활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도 불법 조합장 선거를 막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농협은 1월 13일 서울에서 긴급 지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조합장 공명 선거 특별 추진 대책을 시달했다. 이어 농협 16개 지역본부 주관으로 지역별로 공명 선거 추진 결의 대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공명 선거 구호는 헛구호에 그쳤고 결의 대회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농협법은 조합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접선거와 대의원회나 이사회를 통한 간접선거 등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88년 직선제가 실시된 후 대부분 조합이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농협은 선거에서 실제로 간선제가 채택될 있도록 제도적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또 선관위 관계자는 "농협법이 조합장 등 임원 선거와 관련, 사업 계획과 예산에 따른 후보의 금품 및 물품 제공을 직무상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경조사 때 축의ㆍ부의금 제공도 의례적 행위로 보는 등 선거 복마전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며 "공직선거법에 맞춰 이런 것을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농협은 공개된 장소에서 지지 호소 및 명함 배부,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합법화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농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나치고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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