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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바다도 못 삼킨 '어부의 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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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바다도 못 삼킨 '어부의 효심'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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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부친을 수발하려고 밤늦게 혼자 작은배를 끌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50대 어부가 거친 풍랑과 10시30분 간의 사투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8일 완도 해경에 따르면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불도에 사는 한행도(57)씨는 7일 오후 육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버지 한모(89)씨로부터 "몸이 좋지 않으니 좀 올 수 없느냐"는 전화를 받고, 그날 오후 6시30분께 집을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섬과 육지를 오가는 도선은 이미 끊겼고, 해상에는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흔이 다 된 아버지가 걱정된 한씨는 급한 마음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2.7톤짜리 양식장 관리선을 타고 육지로 나섰다. 하지만 악천 후로 한씨는 출항 후 얼마 가지 못해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게 됐다.

강풍과 높은 파도 속에 닻을 내렸지만 한씨의 작은 배는 언제 전복될지 모를 위급 상황에 처했다. 한씨는 엔진 가동으로 발생한 잔열로 체온을 유지하면서 기관실에 웅크리고 앉은 채 버텼다.

추위와 공포에 떨던 한씨는 다음날 오전 5시30분께 완도 해경의 구조선에 극적으로 발견돼 구조됐다. 어선을 타고 나간 후 연락이 끊기자 한씨의 부인이 실종 신고를 했고, 이 신고를 받은 해경이 민간 자율 구조선박을 동원해 구조에 나선 것이다.

한씨는 "어제는 갑작스런 호출 전화를 받고 급한 마음에 양식 관리선을 타고 나섰다가 자칫 영영 아버지를 못 뵈는 불효를 범할 뻔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해경 관계자는 "해상의 악조건으로 조금만 시간이 지연됐으면 저체온증으로 목숨까지 위태로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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