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소득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최저 임금도 벌지 못하는 빈곤층이 마침내 300만 가구를 넘었다고 한다.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빈곤층으로 전락한 상당수 중산ㆍ서민층이 경기회복 과정에서 다시 고용 없는 성장의 희생양이 됐다는 뜻이다. 소득계층 구조가 이처럼 피라미드 식으로 고착되면 가난의 대물림 등 사회적 갈등과 복지비용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이 성장률 등 양적 지표를 넘어 고용ㆍ소득 등 질적 지표에 초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이 중위소득 가구의 절반도 못 되는 빈곤층이 305만8,000가구로 사상 처음 300만명 대에 올라섰다. 2006년 전체 가구(1인가구 포함)의 16.7%였던 빈곤층도 작년에만 13만 가구 등 최근 3년간 37만가구가 늘어 18.1%에 이르게 됐다. 이들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최저임금인 80만원 대에 불과해 부양가족까지 포함하면 700만명이 만성적 가난에 허덕이는 셈이다. 반면 이 기간에 중위소득의 50~150%에 속하는 중산층 비중은 60.8%에서 58.7%로 떨어져 중산층에서 이탈한 가구가 대부분 빈곤층으로 몰락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소득구조는 개별 가구로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국가경제 전체로도 큰 문제다.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은 곧 저축 및 투자 위축, 고용 축소로 연결되고 그 결과 사회안전망 및 복지전달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득 불평등 확대에 따른 근로의욕 저하, 계층갈등의 심화 등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은 추산하기조차 힘들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일하는 빈곤층)'통계를 만드는 등 5월 중 빈곤층 지원정책을 전면 재점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빈곤층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중ㆍ장기적인 일자리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거시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투자환경 개선, 미시적으로는 취업난과 구직난 불일치 해소, 사회적으로는 근로기회 제공과 복지지원 등을 입체적으로 잘 엮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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