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실세 장관이다. 지난해 세간의 회의적 시각을 비웃듯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관철하는 데 성공해 협상가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결과물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발족했다. 하지만 당초 근면위를 거부했던 민주노총이 뒤늦게 동참을 결의하자 요 며칠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인터뷰에서 내친김에 이 문제부터 물어 봤다. 그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듯 머뭇거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_민주노총이 위원 선정 종료 후 다 늦게 근면위에 참여한다는데….
"근면위의 노동계 추천 위원이 5명인데 모두 한국노총 소속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측을 넣으려면 한국노총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거쳐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는 얘기를 해 왔다. 그래서 노동부도 한국노총에 이 점을 감안해 달라는 얘기를 미리 해 놨다.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그간 노사정 논의에 계속 참여했지만 합의 때는 늘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4일 노사정 3자 합의 때도 그랬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여러 가지 부인했던 입장들에 대해 먼저 내부 정리를 하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_내부 정리가 민주노총에겐 부담스럽지 않겠나.
"어쨌든 근면위에 참여한다니 그런 입장을 갖고 들어오리라 믿고 싶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의 입장 표명이 우리가 정한 전제 조건은 아니다. 결국 노동계가 정할 문제다. 다만 정부로서는 그 점을 먼저 짚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노총은 지난해 법 개정 과정에서 노사정 합의에 참여한 당사자고, 민주노총은 그 합의를 인정하지 않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_한국노총이 위원 교체에 부정적이던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만나서 입장을 조율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_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서가 세 번이나 반려됐다. 정부가 본때를 보여 주는 것이란 해석이 있다.
"본때가 아니라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하는 것이다.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규정을 갖고 일을 하는데 너무한 게 어디 있고 아닌 게 어디 있나. 규정이 있더라도 눈감고 넘어가자는 건가. 우리는 규정대로 하고 있다."
_임 장관 별명을 '임 고용'이라고들 한다. 고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정권의 코드 맞추기 아닌가.
"정말 요즘 고용 때문에 잠을 못 잔다. 고용 사정이 안 좋고 앞으로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용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웠다. 고용 사정이 안 좋으면 근로자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붕괴된다. 그간 노동부 업무의 초점은 근로자 중에서 형편이 나은 계층에 맞춰졌다. 우리의 시선과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를 못 구해 고생하는 사람들로 바꾸고자 했다. 이건 내가 장관이 되기 전부터 가져 온 생각이다."
_노동부가 고용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에 대해 경제 부처가 반대할 것 같다.
"반대라기보다 그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부처별로 엄청난 칸막이가 있었다. 지금은 국정 우선 순위가 높아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잘 정리된다. 노동부는 일자리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부처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도전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_고용 대책이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고용을 국정 운영의 목표로 정했다. 일자리 우선주의다. 이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그간 고용은 성장의 결과로 당연시했다. 일자리를 얼마나 늘리겠다는 사고를 하지 않았다."
_일자리 수요와 공급 간 미스 매치의 해소 방안은.
"노동 중개 시장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취약하다. 공신력 있는 일자리 데이터베이스(DB)가 없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것은 공신력 있는 신용 정보 때문이다. 전국에 DB를 구축해 신용을 보증하듯 구직자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구인자에게 확신시켜 주려 한다. 이를 위해 직업안정법을 전면 개정해 고용서비스촉진법으로 만들려고 한다."
_영세 직업소개소의 반발이 클 텐데….
"직업소개소는 지금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이 신뢰가 통하고 자료를 갖고 서로 판단을 해도 믿을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 모델 케이스를 정부가 만들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다."
_임 장관은 사회적 기업도 무척 강조해 왔다.
"사회적 기업은 굉장히 중요한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가족 이웃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복지가 다 사각지대가 됐다. 지역 맞춤형 사회적 서비스 기업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건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돼야 한다. 사회적 기업을 지역에서 발굴해 전국적인 사례 발표 대회를 하겠다. 그러면 전국으로 퍼지지 않겠나."
_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연장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의 관점이 다른 것 같다.
"현 정년 시점 이후의 임금피크제는 순비용 증가일 뿐이다. 그러면 사측이 못 받아들인다. 그래서 정년을 앞둔 어느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자는 것이 노동부의 생각이다. 바로 이 점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 앞으로 정년 연장 모델을 정부가 직접 제시하겠다."
대담=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정리=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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