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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분지(盆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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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분지(盆地)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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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는 주위가 산이나 구릉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지형이다. 침식이나 단층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데, 우리나라는 침식분지가 대부분이다. 분지 지형은 일반적으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위가 심한 기후 특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산으로 둘러싸여 외적 방어가 쉽고, 천재지변의 피해가 덜해 옛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아 도시를 이룬 곳이 많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 도시들이 대부분 큰 강을 낀 분지 지형에서 발달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베이징 등 세계적으로도 유서가 깊은 도시들은 대개 분지 지형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 대구도 전형적인 분지 지형 도시다. 북쪽은 팔공산맥, 서쪽은 소백산맥과 그 지맥인 가야산맥, 동쪽은 태백산맥, 남쪽은 성현산맥이 둘러싸고 있다. 넓게는 영천 김천 경산 달성 칠곡 청도까지도 대구 분지에 포함된다. 이곳은 분지 지형답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며 강수량이 적다. 1942년 8월1일 대구의 낮 기온이 섭씨 40.0도까지 올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달갑지 않은 성가를 얻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지자체와 대구시민들이 앞장서 나무를 많이 심고 공원 조성에 힘쓴 덕에 무더위 기록은 다른 지역으로 넘기게 됐다.

■ 대구 지역의 유난한 폐쇄성과 보수성이 분지라는 지리적 특성 탓이라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대구 방문 중에 언급한 '분지적 사고론'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대구가 비록 분지라고 하더라도 생각은 크게 해야 한다"면서 "분지적 사고에 제한돼 있고 그 안에서 네 편 내 편 가르면 어떻게 발전하겠나"라고 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TK역차별 논란이 무성한 것을 겨냥한 얘기로 보인다. 자신도 이 고장 출신인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근혜 의원에게 지역적 지지와 정서가 쏠리는 데 대한 서운함도 묻어난다.

■ 대구지역의 폐쇄성과 정체가 지역의 정치ㆍ사회적 단일지배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정 정당과 특정 학맥이 열린 경쟁 없이 오랫동안 정치ㆍ행정 권력을 비롯한 지역 주류사회를 장악해온 탓에 지역이 경직되고 정체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광주나 전주 등에서 나타나는 배타성과 경직성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폐쇄성과 배타성에서 벗어나야 지방이 발전한다. 이 대통령은 대구지역의 분지적 사고와 피해의식을 탓하기에 앞서 그 구조와 배경을 더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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