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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범행 점점 독해졌는데 '관리 사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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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범행 점점 독해졌는데 '관리 사각' 방치

입력
2010.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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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납치살해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는 무차별적인 섹스중독 범죄자였지만 경찰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돼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동네에서만 범죄를 저지르며 갈수록 범행 수위를 높여갔지만 경찰의 관리대상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과거 범죄경력만 봐도 김씨는 재범이 농후한 '악성' 성범죄자였다. 1996년 폭력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김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인 이듬해 9월 9세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잡혀 3년 형을 살았다.

2001년 4월 출소한 그는 한달 만에 다시 32세 여성을 납치해 10일간이나 감금하고 성폭행해 8년이나 교도소에 있었다. 지난해 6월 만기 출소한 그는 올해 1월말 다시 22세 여성을 성폭행해 지명수배된 상태에서 이양 살해까지 저질렀다.

단순 폭력 사건에서 시작된 김씨의 범행은 유아 성폭행 미수, 성인 납치ㆍ성폭행에 이어 납치ㆍ성폭행ㆍ살해까지 갈수록 잔인해진 것이다. 96년 첫 범죄 이후 줄곧 거주지 부근(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범행을 벌인 대담성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성적만족을 즐기는 성폭행은 범행을 거듭할수록 살인 유희로 악화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요원) 권일용(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위는 "출소한 지 얼마 안돼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지역도 한정한 걸로 봐선 무차별적인 섹스중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의 섹스중독은 불우한 성장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는 갓난아기 때 버려져 현재의 부모 손에 키워졌고, 고등학교 시절 양부모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2때 학교를 그만 둔 그는 복싱을 배우기도 했다.

김씨가 범죄 성향을 키워오는 동안 경찰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교도소 출소 뒤 (경찰이) 찾아갔더니 '직장을 구하겠다. 부모님과 조용히 살겠다'고 해서 그리 믿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동 성범죄에만 초점을 맞춘 성범죄자 관리의 허점도 김씨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은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만 신상정보를 10년간 관리토록 하고 있다. 이중 재범 가능성이 높은 자는 열람대상자로 분류돼 경찰이 1대1로 전담 관리하는데, 김씨의 아동 성범죄는 97년에 저질러진 탓에 누락됐다.

2001년 사건은 성인 상대 범죄여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의 성범죄 우범자 관리 매뉴얼도 '3회 이상의 금고형 이상 선고를 받은 경우'에만 적용돼 김씨는 경찰의 첩보수집 대상에서도 빠져있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아동이나 성인 상대 성범죄를 구분하지 않고 성폭력 범죄자 등급을 나눠 1대1 전담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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