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대우건설 매각 문제가 가닥을 잡으며 금호아시아나가 핵심 계열사의 법정관리 돌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아직 적잖은 변수들이 남아 있어 그룹의 순항을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앞날과 변수들을 점검한다.
먼저 가장 큰 난제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격화 가능성이다. 이미 금호타이어에선 현안으로 대두한 상태. 사측이 최근 193명의 정리해고와 1,006명에 대한 아웃소싱 계획을 광주지방노동청에 신고한 뒤 지역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채권단이 긴급자금 1,000억원 지원의 전제로 노동조합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며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계열사들은 아직까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대우건설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해고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경우 재무적투자자(FI) 17곳이 산업은행 주도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 지분 39.6%와 풋백옵션을 매각하는 수정안에 사실상 동의하며 매각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노조측은 매각 대상 선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폭과 수위를 어느 수위로 잡느냐에 따라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 우선 채권단 실사 결과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 감자가 불가피한 만큼 사주 일가의 반발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채권단에서는 "실적이 괜찮다는 금호석유화학조차 의외로 부실 규모가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반면 사주측은 "채권단이 불신만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등 양측의 감정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채권단 일각에서 대우건설과 함께 대한통운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매각이 현실화하진 않더라도 시장에선 금호아시아나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상징성이 큰 아시아나항공과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의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갈 경우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측이 "불필요한 얘기들이 여과없이 나오는 데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채무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달 4,5일 이전에 채권단과 워크아웃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 이미 오는 20일까지로 예정됐던 MOU 체결 시한이 미뤄진 터라 시간을 더 지체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매각 문제는 큰 고비를 넘기게 됐지만, 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에다 오너 일가와 채권단 사이의 냉랭한 기류를 감안할 때 향후 추이를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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