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기록을 먹고 산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스포츠를 이야기 할 때 늘 따라붙는 '양념'같은 말이다. 한국은 최근 열린 두 차례의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종합순위 세계 10위 이내로 자리잡아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었다. 그렇다면 한국 스포츠의 세계기록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스포츠에서 처음으로 세계기록을 토해낸 종목은 마라톤이다. 손기정의 1936년 베를린마라톤 우승이 신호탄이다. 손기정은 당시 세계마라톤이 2시간30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을 때 2시간29분19초로 골인, 마라톤 역사를 새로 썼다. 10여 년 후에는 서윤복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한 서윤복은 2시간25분39초의 세계기록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스포츠 과학의 눈부신 진화로 세계기록은 사실상 선진국들만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했다. 개발도상국 한국이 스포츠 과학에까지 투자할 여력은 없었던 것. 그러나 1979년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에서 당시 18세 여고생 김진호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세계기록 레이스에 다시 합류하게 됐다. 김진호는 이 대회 60m에서 세계기록을 명중시키며 대회 5관왕에 올라 일약 '신궁'으로 떠올랐다. 이어 쇼트트랙이 신기록의 산실로 등장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도의 장미란(26ㆍ고양시청)과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피겨의 김연아(21ㆍ고려대)가 맥을 이었다.
현재 한국은 역도, 피겨, 쇼트트랙, 사격, 양궁 등 5개 종목에서 세계기록(최고점수)을 보유하고 있다. 장미란은 인상과 용상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사격에선 진종오(30ㆍKT)가 공기권총 남자 10m 기록 보유자다.
세계기록 최다 보유 종목은 역시 양궁과 쇼트트랙. 양궁은 남녀 개인 싱글을 비롯해 각 부문별로 휩쓸고 있다. 쇼트트랙 남자부에선 성시백(23ㆍ용인시청)이 500m를, 안현수(25ㆍ성남시청)가 1,500m, 3,000m를, 여자부에선 정은주(22ㆍ한국체대) 3,000m를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기록경기인 육상과 수영에선 갈 길이 멀다. 수영의 박태환(21ㆍ단국대)이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기록을 갖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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