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이재오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권익위원회 직원들이 경찰청 대강당에 집결했다. 카메라플래시가 집중된 단상 중앙엔 '타임캡슐'이 등장했다. 캡슐에는 권익위 직원 500여명 전원이 제출한 '청렴 서약서'가 보관됐다. 최근 이 위원장이 "작은 것이라도 관폐나 민폐를 끼치지 말라"며 직원들로 하여금 청렴 서약서를 작성토록 지시함으로써 이날 행사가 마련됐다.
서약서에는 '나는 영세식당에서 5,000원 내외로 점심식사를 하겠다' '나는 업무와 관련해 손님을 만날 때 청사 휴게실을 이용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직원들은 스스로 작성한 서약서를 모아 캡슐에 넣었으며 이를 연말에 열어 한해 동안의 청렴도를 스스로 평가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 행사를 계기로 청렴 문화가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국내는 물론 카타르, 태국 등을 돌며 '반부패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9일에도 서울경찰청 산하 경감급 이상 600명을 상대로 반부패를 주제로 특강할 예정이다.
청렴위의 후신인 권익위가 공직자 청렴 문화 확산을 위해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두고 보여주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초등학생도 아닌 직원들에게 '감놔라 배놔라'식으로 지시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직원들이 부패를 저지르면 권익위가 제정한 '공직자행동강령'등을 적용해 처벌하면 된다.
지난 총선 당시 이 위원장이 공개한 재산은 23평짜리 단독주택 하나가 사실상 전부다. 이 위원장이 청렴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직원들로 하여금 점심값 가이드라인까지 요구하고 타임캡슐 행사까지 갖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권익위 일부에서도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장재용 정치부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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