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28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 50대부의 60~65㎏급 예선전이 열린 링 위에서 맹렬하게 어퍼컷과 잽을 날리는 흰머리의 복서가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건장한 체격의 상대 선수에 밀려 1회전에서는 녹다운을 당했지만, 2회전에서는 다섯 차례 연타로 상대를 쓰러뜨리기도 했다. 결과는 판정패. 하지만 총 3명이 출전한 50대부에서 꼴찌를 한 이 최연장 복서에게는 우레 같은 함성과 격려가 쏟아졌다. 강원 춘천의 한림성심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이석원(55) 행정학과 교수가 바로 그 복서다.
“요즘은 너무 격렬한 운동이라 복싱하는 사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샌드백 칠 때마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체력도 단련되고,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몰라요. 호신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요.”
이 교수가 복싱과 인연을 맺은 건 중학교 3학년 때. 몸이 워낙 약해 시작했지만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고1 때 중단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급격히 노쇠해지기 시작한 3년 전, 활기를 되찾기 위해 다시 글로브를 꼈다.
대회 준비는 6개월 전 시작했다. 가족과 동료 교수들은 “그 나이에 웬 일이냐”며 모두 뜯어 말렸다. 이 교수 자신도 괜히 나갔다가 얻어맞고 큰일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자신의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큰 맘 먹고 출전했다.
비록 꼴찌를 했지만, 이 교수는 이날 경기 모습을 지켜본 복싱 스타 김태식씨와 유명우씨, 장정구씨로부터 ‘그 나이에 대단하다’는 뜨거운 격려를 받았다. 하지만 “큰일 내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대회 출전은 안 할 생각이다.
이 교수는 2005년 문예지 <현대인> 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현대시문학> 에 수필도 실은 수필가이기도 하다. 현대시문학> 현대인>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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