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도 이만한 사람들을 줄 세우긴 힘들걸요."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의 패션몰 눈스퀘어 앞에 선 한 패션계 인사는 이 건물을 빙 둘러가며 장사진을 친 쇼핑인파 앞에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국내 정식 오픈(27일)에 앞서 마련한 VIP파티가 열린 날. 파티는 저녁 7시로 예정됐지만 이미 한 시간전부터 모여든 사람들은 파티 시작 시간에는 이미 건물을 한 바퀴 돌고도 남을 만큼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H&M 측에 따르면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1,300여명. 그리고 대부분의 초대객들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해진 H&M코리아 마케팅실장은 "럭셔리 브랜드도 아니고, 한국사람들은 줄 세워 매장에 들이는 방식에 거부감이 있다고 걱정했는데 기대 밖의 성황"이라며 기뻐했다.
정작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매장 안의 풍경이었다. 패션 쇼핑이 얼마나 즐거운 오락인지를 이 보다 더 잘 웅변하는 곳이 있을까 싶은, 쇼핑용 검은색 가방을 하나씩 어깨에 둘러맨 사람들은 누가 먼저 채갈 새라 집히는 대로 옷을 쓸어 담기에 바빴다. 프랑스의 유명 니트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과 협업을 통해 선보인 제품들은 매장 오픈 27분만에 매진됐다. 압구정동에서 온 한 여성은 "레깅스에 맞춰 입을 블링블링 스타일 원피스랑 남편 셔츠, 조카들 줄 아동복까지 12벌을 샀다"며 "그래도 워낙 싸니까 돈 번 기분"이라고 말했다.
'워낙 싼' 비결은 이날 초대객들에게 제공된 25% 할인서비스에 있었다. H&M은 이미 국내에 들어온 자라, 망고, 유니클로 등과 마찬가지로 싸게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의 대명사 격인 브랜드. 볼레로 스타일의 데님 재킷 한 벌이 2만~7만원 남짓. 정가 자체가 싼데다 할인율이 더해지니 싼 게 비지떡일지언정 일단 잡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다.
매장 2층에서는 DJ 주이가 믹싱을 맡은 신나는 음악이 쇼핑객들의 흥을 돋웠다. 한 시간쯤 뒤 DJ는 유명 배우 김민준으로 바뀌었다. 패션모델 출신인 김민준의 스타일리시한 모습이나 흥겨운 음악은 또 하나의 볼거리로 쇼핑객들을 즐겁게 했다. 하얏트호텔에서 준비한 케이터링은 쇼핑객들이 쇼핑 틈틈이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핑커푸드와 샴페인을 무제한 제공했다.
식음료를 쟁반에 받쳐 매장을 돌아다니며 서비스하는 인원만 65명, 파티 참가자들은 흥겨운 음악에 취하고 손을 뻗치면 어디서나 들 수 있는 샴페인 잔에 매혹 당하고 화끈한 할인율에 혹해서 매장을 나설 때쯤이면 자기 체구만큼이나 큰 쇼핑백을 두세 개씩 메고 나갔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대부분 첫 매장 오픈을 앞두고는 오프닝 파티를 열지만 대부분은 참석자들이 점잖게 매장을 구경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현대 젊은이들에게 쇼핑은 재미여야 한다. 루이비통그룹에 이어 연간매출기준 세계 2위 브랜드 H&M의 마케팅 전략은 절묘했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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