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정말 놀랍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 야무진 손놀림, 게다가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맞춰 물건을 보내주는 모습까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힘이 다 이유가 있더라.”
4일 경기 고양 킨텍스. 지식경제부와 코트라가 공동 주최한 ‘바이코리아 2010’ 행사에 참석한 유럽의 한 기업 구매 담당 임원은 한국 기업의 장점을 꼽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66개 나라 1,000곳 넘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2,200개 한국 기업과 그들의 제품을 꼼꼼히 따져 보고 날카로운 질문도 쏟아냈다.
“한국의 아이디어와 품질은 탁월하다”
외국 기업 관계자들은 아이디어와 품질만큼은 확실히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홈쇼핑 업계 1위 자파넷 다카타의 다카타 아키라 사장은 “오늘 손 바닥 만한 작은 기계를 봤는데 깜짝 놀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놀래 킨 제품은 국내 한 중소기업이 만든 ‘걸어 다니는 노래방 기기’. MP3 크기로 어디서나 쉽게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들을 수 있다. 언어 학습기로도 쓸 수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키라 사장은 “소니가 워크맨으로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이것 역시 생각의 틀을 확 깼다”면서 “바로 이런 아이디어가 한국과 한국 기업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7,8년 전부터 40만 대 가까운 노래방 기기를 한국에서 수입해 왔다는 그는 “한국의 창의성은 이제 일본이 무조건 배워야 한다”면서 “한국 회사들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보기 위해 직접 찾은 것”이라며 참가동기를 설명했다.
이스라엘 최대 에너지 기업 PAZ사의 구매 담당 총괄 아미르 쉬메링씨는 “한국의 뛰어난 품질 때문에 우리 회사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2년 전 한국을 처음 찾았다는 그는 발전소 부품, 시스템 등 한국 제품의 품질에 큰 감동을 받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많은 임원들에게 한국 물건을 쓰자고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다. 아미르씨는 “이는 지금껏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서쪽 나라의 제품만 써온 탓에 한국을 포함한 동쪽 나라 제품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선입견이 작용한 탓”이라며 “결국 여러 임원들이 직접 한국에 와서 제품을 보고 바로 3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대다수 서방 회사들은 정해진 납품 기한보다 늦게 보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에서 항상 일찍 물건을 보내오는 한국 회사에 두 번 놀랐다고 덧붙였다.
끈질기게 두드려라. 해외 시장의 문이 열릴 때까지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은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질 좋은 물건을 만들어 놓고도 정작 그 존재를 알리는 데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PAZ사의 아미르씨는 “다른 이스라엘 회사들에게 한국 기업 이야기를 꺼내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거리가 멀다면 이메일 등 다른 방식을 통해서라도 지겨울 정도로 회사를 소개하고 제품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키라 사장은 “일본 소비자들은 한 번 물건을 팔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A/S에 대한 시스템을 확실히 갖추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코트라는 이날 이란 산업개발청 산하 기업은 한국에서 1억 달러 상당의 풍력발전 터빈을 구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벨기에 AS솔라는 1,000만 달러 상당의 태양광 패널 모듈 제작을 심포니에너지에 의뢰했다. 코트라는 수출 3,500건, 수입 300건 등 총 4,200여건의 계약이 성사돼 최소 5억 달러의 수출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지난해에는 금융 위기 속에서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에 끌려 한국을 찾았던 데 비해 올해는 한국 제품의 품질과 높은 신뢰성 때문에 찾은 바이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고양=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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