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유럽연합(EU)이 원하는 대로 했다. 이제 EU가 나서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3일 48억유로(7조4,900억원)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내놓은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5일과 7일 각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여기에는 EU에 대한 불신과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대한 일종의 위협도 담겨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IMF가 그리스 문제에 개입할 경우 유로화 신뢰 하락과 함께 유럽중앙은행(ECB) 권한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는데, 파판드레우 총리가 그 약점을 건드린 것이다.
IMF는 3일 그리스의 추가 재정 긴축안에 대해 "그리스 정부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반겨 그리스가 EU 대신 IMF에 기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4일 "IMF가 그리스를 지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도움이 절실한 그리스가 도리어 EU에 큰소리를 치는 것은, EU가 그리스 재정위기를 방조했다는 비난이 거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그리스 위기는 회원국의 방만한 재정상태를 방관한 EU의 책임이 크다"고 보도했다. 당초 EU는 회원국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기 위해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총 정부부채를 GDP의 60% 이내로 지키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2006년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해도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그리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규정을 어겼음에도 EU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결국 그리스 재정위기를 야기한 셈이다.
당초 EU가 경제기반이 허약한 그리스를 무리하게 회원국에 가입시킨 것도 문제였다. EU는 '민주주의의 요람'인 그리스를 배제하면 유럽 통합의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WSJ은 "유럽의 정치적 야망이 경제적 현실과 충돌한 예"라고 비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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