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겪고 있는 수난에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품질과 안전의 대명사로 통하던 회사가 졸지에 무책임한 회사로 매몰차게 내몰리니 역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제품의 약점들을 로비와 홍보를 통해 보완하던 소비자 전략이 어긋난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기업 로비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만 하다.
기업 로비와 홍보의 한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이나 환경기준 준수의 책임 등을 사회적 책임의 하나로 묶어서 국제표준으로 제정하자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이 5년간의 진통 끝에 지난 달 76개 회원국 투표에서 79%의 찬성을 얻어 올해 말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의 등장은 더 이상 로비와 홍보만으로 기업이나 제품의 약점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요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단지 소비자 문제만이 아니고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거래, 사회적 기여에서 기업들은 상시적으로 국제 사회의 압력과 감시를 받게 된다.
일부에서는 다른 ISO 표준과 달리 ISO 26000은 인증을 배제하고 무역장벽으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합의에 기초한 점에서 매우 자발적이고 유연한 규범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객관적 인증체계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일방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비판에 대한 입증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월마트가 사회적 책임의 보안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한때 무노조 경영으로 비판을 받던 월마트이지만 일단 중국의 노동기준을 수용한 뒤에는 중국 납품업체들에게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관계 기업들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제적으로 적극 알리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해 스스로 노동, 인권, 환경, 반부패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동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런데 ISO 26000은 이런 자발적, 선언적 활동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우선 민간 상거래를 담당하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SO가 나섰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또
지금까지의 사회적 책임기준 제정과정과 달리 이번에는 5년 동안 각국의 정부, 기업, 노조,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연구기관 등이 모두 참여했다. 여기에 유엔이 이 작업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쌍방 관계를 규율하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애써 인증의무는 없다고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사회에서 연비가 좋은 경제적인 차에서 위험한 차로 순식간에 추락한 사실은 언제든 평가 잣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런 변화 흐름에 비춰 볼 때, 사회적 책임표준은 상대방 기업, 국민, 정부가 우리 기업을 평가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규범으로 삼아야
가장 근본적인 대응 방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면화 하는 것이다. 남이 무서워서 또는 눈치 보면서 하는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스스로 중요한 규범으로 조직 내에 체화 시켜 미래의 큰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유수한 대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임원을 부사장 급으로 두고 있다. 그 이유를 잘 헤아려 일상적 활동체계를 벤치마킹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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