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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우리밀 - 수입밀 차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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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우리밀 - 수입밀 차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입력
2010.03.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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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밀가루, 우리밀 빵, 우리밀 국수, 우리밀 부침가루, 우리밀 피자까지…. 요즘 장을 보거나 맛집을 찾다 보면 '우리밀'이란 말이 눈에 많이 띈다. 안심 먹거리와 신토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밀이란 간판을 내건 제품과 음식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밀이 많이 알려질수록 수입밀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수입'이란 말이 왠지 좋지 않은 식품일 것 같다는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일 게다. 막연하게 짐작만 해온 우리밀과 수입밀의 차이를 직접 비교해봤다.

영양학적 차이는 미미

수입밀에 대응하는 정확한 용어는 우리밀이 아니라 사실 국산밀이다. 우리밀은 국산밀의 한 품종 이름이다. 국산밀의 시장 규모는 최근 연간 약 50%씩 성장하고 있다. 가히 폭발적이다. 밀은 몸 속에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고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기능을 한다. 최근 국산밀이 이 같은 효능 면에서 수입밀보다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왔다.

국산밀과 수입밀의 효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배아(씨눈)를 함께 넣고 빻은 통밀가루냐 아니냐에 따라 항산화 효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밀에서 항산화 기능을 맡은 주요 성분인 비타민E는 씨눈에 많이 들어 있다.

막상 국산밀과 수입밀의 영양성분을 비교해보면 수분이나 단백질 함량이 일부 다르긴 하나 특별히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수입밀이 국산밀보다 단백질 함량이 좀 더 높게 나타나긴 하지만 품종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밀과 밀가루를 태우고 남는 무기질인 회분 함량은 보통 낮을수록 고급으로 친다. 회분 함량은 국산밀보다 오히려 수입밀이 낮게 나오기도 하지만 이 역시 영양학적으로 뚜렷한 차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한다.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적은 국산밀로 음식을 만들 경우 과거엔 찰기가 적어 퍽퍽하거나 단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관련 연구기관이나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새롭게 개발한 효소를 국산밀가루와 함께 섞는 등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다. '국산밀로 만든 빵은 거칠고 맛이 없다'는 건 옛말이 됐다.

수입밀에 대한 오해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밀로 만든 밀가루는 유전자변형(GM) 밀을 쓰거나 하얗게 보이기 위해 표백제를 넣지 않을까 우려한다. 아직까지 GM 밀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나라는 없다. 다국적 생명공학기업 몬산토와 신젠타가 GM 밀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국제분공업협회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가루는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간혹 유달리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입자를 아주 곱게 빻을 수 있을 만큼 제분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통 수입산 밀가루는 수입밀의 껍질과 씨눈을 제외한 흰 알맹이를 빻아 만든다. 빻은 입자가 고울수록 빛이 많이 반사돼 더 하얗게 보인다.

외국에서 들여올 때 방부제나 농약을 칠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입밀을 배로 운송하는 기간은 15∼17일. 이 정도면 굳이 농약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밀은 자체 수분함량이 8∼12%로 다른 곡물보다 적어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그래도 국산밀이어야 까닭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나며 자라는 국산밀은 재배할 때도 별도로 농약이 필요 없다. 국산밀 1kg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산소량은 3kg. 이를 이산화탄소 감소량으로 환산하면 1만㎡ 면적에서 국산밀을 재배할 경우 4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100만㎡ 면적에서 국산밀을 재배하며 얻는 공기정화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2조8,700만원에 이른다. 국산밀을 심고 먹으면 사람은 물론 환경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밀 자급률은 1% 미만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밀가루는 국내 제분기업이 미국과 호주 캐나다에서 수입한 1등급 밀을 공장에서 가공해 만든다. 밀가루 완제품도 수입되지만 국내 전체 밀 공급량의 4.2% 정도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현실을 고려하면 국산밀 자급률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2017년을 목표로 제시한 밀 자급률도 10%에 그친다. 나머지 90%는 여전히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송영진 한국제분공업협회 상무는 "무조건 국산밀은 좋고 수입밀은 나쁘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국산밀 품종 개발과 자급률 확대는 물론 양질의 수입밀가루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문제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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