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친 딸을 굶겨 죽인 부부(4일자 10면)가 매일 밤 PC방에서 '사이버상의 딸'을 키우는데 몰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상의 딸을 보살피느라 미숙아인 친딸을 방치했던 것이다.
4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1), 이모(25)씨 부부가 즐겼던 문제의 게임은 '프리우스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가 기억을 잃은 '아니마'라는 소녀와 함께 각지를 돌아다니며 전투를 벌이는 롤 플레잉 게임이다.
일정한 수준(레벨10)이 되면 '아니마'를 데리고 다닐 수 있며 옷이나 장신구, 무기 등을 사 줄 수 있고 '육아일기'까지 쓰면서 딸처럼 키우는 방식이다. 이들 부부 역시 상당 수준까지 아니마를 키웠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 부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육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잘못된 회피 수단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초보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경우,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을 위한 교육 및 보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뚜렷한 직업 없이 처가살이를 하다 눈치가 보여 최근 수원으로 이사했고 월세 낼 돈이 없어 처갓집에 손을 벌리는 등 무능력한 생활상에다 미숙아인 딸까지 낳게 되자 더 가상세계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그때는 게임에 미쳤었고 뉘우친다"고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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