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를 남겼다고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처럼 좀 불편한 사람들도 큰 불편함 없이 토익을 볼 수 있다니까 좋아요." 뇌병변 1급 장애인 윤태훈(서강대 경제 3)씨는 "참, 이번 일을 함께 도와준 시민단체 분들께도 감사 드려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소 어눌하게 말했지만, 생각은 분명히 담아냈다.
윤씨는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토익을 치렀다. 그는 1인 고사장에서 윤씨의 답안지 표기를 도와줄 1명의 감독관을 따로 둔 채 토익을 본 첫 주인공이다. 토익에 응시하는 장애인은 매회 약 10명. 이들은 별도로 정해진 고사장에 모여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 때문에 시험을 치르고 싶어도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한 중증 환자들이 적지 않았고, 윤씨가 이번 기회를 얻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토익을 보기 위해 1인 고사장 1인 감독관을 요구하자 토익시험을 주관하는 YBM이 곤란하다고하더군요. 장애인을 위한 고사장이 있고, 손을 잘 쓰지 못하는 응시자가 시험지에 점을 찍는 등의 방법으로 표기하면 시험이 끝난 뒤 감독관이 답안지에 옮겨적어 주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배려'는 곤란하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윤씨는 '답안 작성 능력'이 아니라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만큼 비장애인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도 '장애인차별금지법'등을 근거로 윤씨를 적극 도왔다.
전례 없는 요구에 처음에는 주저하던 YBM은 장애인인권단체와 상의한 끝에 결국 윤씨를 위해 보조감독관과 고사장을 지원했다. 독해평가 시간도 75분에서 150분으로 늘리고 전지 크기의 중간 답안지 15장을 만들어 윤씨가 편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윤씨 어머니 하명지(48)씨는 "분만 중 산소부족으로 뇌병변 판정을 받고 특례입학으로 대학에 갔지만 결국 성실함으로 일반학생들과 성적으로 당당히 겨뤄 장학금도 받은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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